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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실이하늘 Aug 11.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답답함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출처 : Pixabay (CDD20)


‘답답하다’는 글자만 보아도 어딘가 가슴이 갑갑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답’이 두 개나 나란히 있는데도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딱 막혀 ‘노답’보다도 못하니 말이다. 이처럼 답답한 감정은 직장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될 확률이 높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은 여러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며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수가 모이면 이런저런 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구성원들은 경력도 다르고, 직급도 다르며, 관심사도 다르고, 개별적인 역량도 다르다. 그중에서도 적임이 아닌 사람이 관리자로 버티고 있을 때 소속 구성원들은 하루하루를 답답함에 살아야 하고, 어떻게 하면 엮이지 않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세 달 전 팬시사업팀장으로 임명된 변 팀장은 법 없이도 살 사람 같은 외모의 소유자이다. 실제로 착하고 바르다. 어느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고, 들릴 듯 말 듯하다. 한편 팬시사업팀에는 또 한 명의 구성원이 있는데 성처럼 호탕한 호 과장이 있다. 호 과장은 호탕은 하지만 무례하거나 막무가내는 아니다. 나름대로 지킬 것은 잘 지키고, 함부로 선을 넘는 사람도 아니다.


어느 날 변 팀장은 담당 임원인 태 이사에게 엄청나게 폭격을 당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변 팀장이 태 이사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었다.   

   

“변 팀장, 내가 지난번에 얘기한 사항을 왜 반영하지 않아서, 수정이 안 된 시안을 보고 받게 하나?”

“그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그렇게 모아져서 그랬나 봅니다.”

“뭐라고? 지금 장난해? 그럼 당신의 의견은 뭐야?”

“저도 뭐… 그게 맞는 것 같습…….”

“지금 팀장이라는 사람이 할 소리야. 자기 의견도 명확하게 없고, 임원이 지시하면 그건 어디다 팔아먹고, 고작 다른 스태프의 의견에 휘둘려서 그걸 보고라고 하고 있어?”

“이건 완전히 변 팀장, 당신이 임원이네. 허, 나 참…”     


태 이사는 소위 완전히 꼭지가 열렸다. 사실은 변 팀장은 대표이사가 꽂아 놓은 사람이다. 태 이사 나름대로는 어떻게든 팬시사업팀에 적응하게 해보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었지만 해맑게 웃기나 하는 변 팀장에게 맘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몇 시간 후 변 팀장은 호 과장을 회의실로 불렀다. 태 이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전달할 모양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설전이 벌어졌다.     


“팀장님, 지난번에 제가 이렇게 한다고 했을 때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이사님께서 그렇게 지시하셨다면 그걸 말씀을 하셨어야죠? 작업을 다시 해야겠네요.”

“그게 말이야……. 어쨌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사님이 하라는 대로 정리해서 보고합시다.”

“팀장님,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니요? 원래 태 이사님은 설령 우리 의견을 채택하지 않으셔도 우리 의견을 얼마나 잘 들어주시는데요.”

“…….”

“그리고 이사님이 왜 그렇게 하라고 하시는지를 설명을 해주셔야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러다 또 다시 하라고 하시면 납기도 못 맞추고, 욕을 욕대로 먹고…….”     


호 과장은 속이 터진다. 답답한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와 담배 한 개비를 물고는 불을 붙이는 것을 깜박할 정도로 먼 하늘을 내다보고 있었다. 들리지는 않지만 입모양을 보니 연신 욕을 쏟아내는 듯하다.    

 

다음날 호 과장은 옆에 있는 팬시제작팀의 나 팀장을 찾아가 어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아마 밤새 술을 마시며 풀어보려고 해도 쉽지 않았나 보다. 생각보다 호 과장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쌓이고 쌓인 듯 보였던 나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랬구나. 곁에서도 그 정도인 줄은 몰랐네. 호 과장이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겠다.”

“그렇죠. 뭐.”

“호 과장, 내가 태 이사님께 관련해서 얘기 좀 드려볼게. 하지만 나는 그저 전달만 할 뿐인 거 알지?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쉬쉬하다 보면 호 과장이 폭발할 것 같아서 말이야.”

“제가 괜한 얘기를 했나 봅니다. 그냥 좀 답답해서…….”     


잠시 후 나 팀장은 태 이사에게 찾아갔다.      


“이사님, 안녕하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나 팀장, 어서 와요. 여기 앉아요. 그런데 무슨 얘기인가?”

“저희 팀 일은 아니구요. 다름이 아니라 팬시사업팀 호 과장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는데, 그냥 방치하기에는 문제가 있을 듯해서 의견이라기보다 전달만 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얘기해 봐요?”

“호 과장이 변 팀장 때문에 힘든가 봅니다. 아직 업무도 제대로 파악된 것 같지도 않고, 툴 하나 제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없고, 우리가 제작한 팬시상품에 대한 정보나 히스토리도 아직 인지를 못하고…….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 이사님 지시사항도 이행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호 과장에게 묻지도 말고 그냥 하라고 호통을 쳤다고 해요. 사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옆에 있는 팀에서 보아도 답답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음……. 얘기 잘 들었어요. 내가 한 번 알아볼게요.”     


나 팀장의 이야기를 들은 태 이사도 이 건을 심각하게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그러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태 이사는 변 팀장을 불러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도 변 팀장의 답답함은 여전했다. 결국 태 이사는 변 팀장의 팀장 직책을 박탈하고, 다른 팀으로 전보 발령하였다.     


직장생활은 사람도 많지만 사건과 사고도 쉬지 않고 터진다. 그중에서도 구성원들과의 관계와 관련한 이슈는 매우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는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적당히 인내하거나 무시하면서 지내지만 성격상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 스트레스, 즉 답답함이 어마어마하다. 


적어도 직장생활에서의 답답함이 극에 달해 참기 힘든 정도라면 당연히 자신의 상급자 내지 관리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 도움을 청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관리자들은 그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며, 그 역할을 위해 여러 가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의 인사권은 명확하다. 관리자가 나선다고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답답함을 묵히면 묵힐수록 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사안에 따라서는 수면 위에 올리는 것이, 즉 공론화하는 것이 도움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도 못하고, 고자질이나 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으니 관리자와도 잘 논의를 해보아야 한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관리자에게 토로한다고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털어놓아야 한다. 하루라도 답답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어쩌면 당신과 그 당사자가 함께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물론 안 풀린 채 끝내 법정 다툼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걱정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그 정도의 시나리오는 누구나 설정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 사이에서 모든 것은 해결된다. 


‘시간이 약이니 그저 기다려보라’는 말도 있다. 좋은 말이고, 효과가 분명 있는 방법이지만 이러한 답답함에 유일무이한 명약은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혼자 답답해하지 말고, 당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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