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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실이하늘 Apr 07. 2024

직장생활 속 감정이야기_허탈감

직장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감정들을 다루는 우연한 계기

출처 : Pixabay (ijmaki)


오늘도 감추지 못할 허탈감이 밀려온다면 딱 그만큼의 열정이 당신에게 가득하다는 의미이다. 


허탈감이란 일반적인 의미로 ‘몸에 기운이 빠지고, 정신이 멍하여 몽롱한 느낌’이라고 사전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직장생활에서의 허탈감은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도전의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인정받지 못할 때 느끼는 실망감이나 무력감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대해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인정을 받지 못할 때에만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원인과 대상은 다양하다. 우선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성과가 다른 사람의 성과로 둔갑할 때, 그리고 실패의 주된 원인이 자신에게만 집중될 때가 가장 흔하다. 허탈감 또한 주관적인 감정이기에 고작 정량적으로 파악되는 노력의 강도와 허탈감은 비례하지 않는다. 


한편 인정이란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인데, 이 역시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지만 다분히 평가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때 유치하지만 친소관계가 작동할 수도 있다. 같은 결과에도 자신이 친한 사람에게는 후한 평가와 인정을,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차가운 무관심이나 영혼 없는 이모티콘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느 날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발생한 갈등이 스트레스가 되고, 이내 허탈감에 빠지게도 한다.


또 다른 원인은 주로 신입사원이거나 이제 막 이직한 사원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개인의 꿈과 목표와 조직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아 나타나는 경우이다. 개인과 조직의 지향점이 같다는 것은 어쩌면 이상적인 이야기이다. 현실에서는 서로가 맞추어가는 것일 뿐 완벽한 일치는 쉽지 않다. 이때 느끼는 허탈감은 스멀스멀 퇴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드러나고, 괜스레 모든 것들이 자신을 빗겨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개발팀과 디자인팀을 맡고 있는 CTO 차 이사는 마뜩하지 않은 이유로 미루고 미루었던 프로젝트를 새로 입사한 디자인팀 선 팀장에게 맡겼다. 선 팀장은 입사 후 첫 프로젝트라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야심차게 계획서를 준비하여 차 이사에게 보고하고 있다.     


“이사님, 이번 프로젝트의 실행계획안을 보고 드립니다.”

“아, 그래요. 번번이 중도에 포기했던 프로젝트였는데, 선 팀장이 큰 줄기를 잡았나 보군요. 어디 한 번 봅시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되지 않아요? 이것도 그렇고…….”

“네, 이 부분은 디자인에서 특수한 영역이라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작성해보았습니다.”

“디자인은 선 팀장이 전문가이니 옳기는 하겠지만 비용도 많이 투여되어야 할 것 같고, 시간도 제법 소요되겠는데요?”

“네, 그렇지만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효과를 감안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내가 다른 사람들 의견을 좀 들어보고 결정할게요. 고생 많았어요.”     


며칠 후 차 이사는 선 팀장을 불렀다.     


“내가 아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조금 더 쉽고 저렴한 방법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 방법은 알고 있었나요?”

“네, 그 방법은 10년 전쯤 이슈가 되었던 방법인데, 현재 소비자 트렌드를 맞추기에는 제약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묵혀 있던 프로젝트이기도 해서 최대한 저비용 전략으로 진행해 봅시다. 쉽고 저렴한 방법으로 다시 준비해서 보고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마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때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만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진작 그렇게 얘기를 해주지…….’


보나마나 선 팀장은 짜증에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에서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바라보는 방향과 선후관계에 대한 인식이 다를 때이다. 예를 들면 고품질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저비용을 추구할 것인지가 명확하게 규정된 후 일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기획자에게 맡겨지게 되면 위와 같은 사례는 꽤 자주 발생한다. 혹여나 담당자가 책임자에게 먼저 물어보아도 당신이 잘 판단해보라는 말만 듣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업무를 지시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관리자도 아직 확신이 들지 않는 경우에는 업무 지시가 실무자의 의견을 받아보기 위한 방법일 때도 많다.


우리가 선 팀장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계획서가 지인의 한 마디에 변경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얼마나 허탈한 마음이 들겠는가. 흡연자라면 그 즉시 담배 한 개비를 물었을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이러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리고 리더가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허탈감은 크기만 다를 뿐 거역할 수 없는 감정임에는 틀림없다.


허탈감은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크게 끼친다. 자신감은 떨어지고, 배신감과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직장생활에서의 흥미와 열정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회복력이야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러한 무기력함에 빠지면 개인과 조직의 손실이 크다. 


그렇다고 초점 잃은 사람처럼 살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주변 동료들이 회복을 위해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러한 상황이라면 쉽게 다가갈 수도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직장생활에서 허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신뢰가 대안일 수밖에 없다. 고의로 한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앞에서 본 사례의 차 이사가 본래 구두쇠 같은 성향의 인물임을 알고 있었다면 선 팀장의 제안사항과 더불어 저비용 전략에 적합한 차선 안을 하나 더 제시했다면 허탈감의 강도는 조금 덜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소통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차 이사의 성향을 직접 듣든, 동료를 통해서 듣든 소통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에 대해 주변 동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내가 잘났다는 어필이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솔직하고 담백한 자기고백에 가깝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흘려들을 때가 많았다. 사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메모하거나 기억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직장생활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나 소소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허탈감 예방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직장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허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타인과 다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내가 다양성과 유연성을 갖출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기도 하다. 소위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어떠한 상황과 요구 조건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 


오늘도 감추지 못할 허탈감이 밀려온다면 딱 그만큼의 열정이 당신에게 가득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가축의 배설물이 토양의 자양분이 되듯 허탈감이 당신의 성장을 돕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만약 허탈감이 당신의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여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활용한다면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당신의 삶 전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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