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1. 대한민국으로 」
비행기가 이륙을 시작하자 그동안 고생한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느라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밥 한 술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천릿길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얼마나 애달팠는지. 밥 대신 간수들에게 욕을 배부르게 먹은 날이 몇이었는지. 맞기도 많이 맞았고 그리운 이들과 헤어지기도 여럿이었다. 지난날들을 떠올리면 한스러울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고생 끝에 종래에 한국까지 두 손자 손녀들을 무사히 데리고 온 것만을 떠올리려 한다. 목적한 바를 결국에는 이뤄내었으니까.
과거, 조선에 있을 적 나는 못난 남편을 만나 힘겹게 살았다. 자식들 먹을 쌀도 없는데 빚을 내 술을 마시는 남편을 보며, 어떻게든 딸 셋을 굶기지 않으려 갖은 천대와 멸시를 견뎌냈어야 했다. 먹고사는 것에만 전념하다 중국 땅까지 왔다. 그러다 각자 인연을 잘못 맺어 함께 살다 흩어지길 반복했다. 그래도 종래에 우리 가족은 함께였다. 비록 사랑스런 첫째 딸 명숙이는 북에 있지만 서도. 언젠가는 이 모든 풍파 고난을 거쳐 우리 가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을 이 엄마는 기다리고 있다. 명숙아, 네가 체포되었다는 2008년 3월 8일. 그 날을 이 엄마는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명남이나 명희가 일하러 가고 집에 홀로 남으면 명숙이 네 생각에 가만가만 숨어 울 때가 더러 있다. 이 마음을 견딜 수 없어 병원 치료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차도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병으로 시들어 가고 있었다. 명숙아, 네가 내 곁에 머무를 수 있었다면 참 좋으련만…….”
*구술사의 신변보호를 위해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상의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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