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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 remember Jul 11. 2023

삶의 굴곡 한가운데.04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3. 잘 살아가는 법 」


    이제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시절이 왔는데 왜 아직도 내 마음은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지. 잃어버린 명숙이 곁에 머물렀다 먹고 살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던 시절에 머무르기도 하였다. 처지가 변했다 해서 쉬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닌 터이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명숙이도 고향 친구들도 친척들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곳 대한민국에 명남이도 명희도 있지만 자식과 손자손녀 이외에는 알고 지내는 이가 없으니 더러 쓸쓸할 때가 있어서이다. 

그런 나이지만 대한민국에 영 연이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애초에 한 민족이지 않았는가. 얼굴도 보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아버지의 형(둘째 삼촌)이 1950년대 전쟁 통에 월남하였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삼형제중 막내였고 맨 위로 맏형, 둘째 형이 있었다. 둘째 삼촌은 북한에서 결혼해서 자식을 둘 두고 있었는데 첫째가 딸 박은자, 둘째가 아들 박기훈이었다. 내가 이렇게 한국으로 오게 된 차에 둘째 삼촌을 만나 뵈었으면 하는데 소식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렇듯 지금은 분단되어 따로 살고 있지만 개개인 사람들끼리의 연은 무 자르듯 잘라낼 수 없는 법이다. 그들은 아닐지라도 이렇듯 내가 기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가 되었든 얼굴을 마주할 날이 왔으면 한다. 삶과 죽음도 연을 갈라놓는 판에 분단까지 우리 연까지 갈라놓으니 애통할 뿐이다. 


 이렇게 일기를 쓰지만 이 일은 단연 나 혼자 만의 일은 아닐 게다. 원치 않게 끊긴 연이 그 얼마인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헤어져 지내왔다. 후세 사람들이 흘러간 역사라 여기지 않고 이 시대에 살았던 어느 누군가가 겪어왔던 일이라고 여겨주었으면 한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면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이런 내 마음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해서 이렇게 적는다. 그게 당신이었으면 한다.      

    




*구술사의 신변보호를 위해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상의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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