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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Sep 23.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1# <자연의 서정을 재현하다>

9월 1일부터 시작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다녀왔다. 오전 내내 날씨가 꾸물하더니 기어코 비가 내렸다. 비와 수묵, 묘한 상관관계를 가진 것들을 생각하며 가는 길은 이미 감상에 젖어 있었다. 이런 날엔 커피보다 따뜻한 황차 한 잔이 더 어울리겠다고도 생각했다. 평일 오후는 모든 게 나른해지는 시간, 관람객도 별로 없는 이때 검은 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이남 작가의 '수묵의 빛'
왼쪽부터 박종갑 작가의 '바람', 조용백 작가의 '목포항-수묵서정'

1 전시실은 <자연의 서정을 재현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꾸며져 있다. 위 작품은 전시회에 입장하면 바로 볼 수 있는 이이남 작가의 '수묵의 빛', 박종갑 작가의 '바람', 조용백 작가의 '목포항-수묵서정'이다. 이처럼 전시실마다 앞쪽에 주제에 걸맞은 작품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각 전시실마다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는지 미리 볼 수 있게 했다.


왼쪽부터 홍용선 작가의 '겨울 밤', 정경화 작가의 '별이 빛나는 밤에'
박태후 작가의 '자연 속으로...'

<자연의 서정을 재현한다>라는 주제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고즈넉하고 조용한 자연의 섬세한 모습이다. '겨울 밤'이나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작품은 자연의 섬세한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에'는 적묵법 또는 파묵법이라고 불리는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깊이감을 더했다. 직접 가서 보면 사진보다 디테일한 농도 차이를 잘 느낄 수 있는데 그 섬세함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아마 1 전시실을 압도하는 작품이 있다면 박태후 작가의 '자연 속으로...'가 아닐까 싶다. 자연의 서정을 재현하는 두 번째 방법 '압도하는 힘'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을 것만 같은 자연을 볼 때 경외심을 갖는다. 이러한 경외심은 신화를 만들기도 하고 전설을 만들기도 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며 수많은 이야기로 분화된다. 이런 지점에서 우리를 '압도하는' 자연의 힘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서정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원천이 된다. 


'자연 속으로...'는 마치 버드나무 아래 흐트러진 백일홍 또는 동백꽃을 표현한 것 같다. 이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에 파묻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동시에 엄청난 크기로 우리를 압도하며 짓누른다. 이러한 자연의 이중성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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