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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Sep 25.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2#<수묵표현의 진폭>

2 전시실은 <수묵표현의 진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꾸며져 있었다. 진폭은 종이에만 한정돼 표현하는 수묵의 전통성을 비틀고 수묵화의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왼쪽부터 진현미 작가의 '겹-결 0501', '겹-0102'

2 전시실을 들어가기 전 진현미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얇고 투명한 판을 여러 겹으로 배치한 뒤 거리와 먹의 농도를 조절해 겹쳐서 보면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보이게 해놨다. 간단하지만 전시실의 주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 작품으로 꼽을만했다.


왼쪽부터 신학 작가의 '일렁이다', 조종성 작가의 '이동시점으로 본 풍경'

우리가 흔히 수묵화를 떠올리면 흰 평면의 종이 위에 그어진 까만 점, 선, 면 등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날 때, 즉 그림이 평면의 공간을 넘어 입체적으로 보일 때 우리는 시선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것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공간을 나눠 가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합쳐지기도 하면서 작가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겨준다.


신학 작가의 '일렁이다'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뒤에서 나오는 파란빛과 검은 구조물들이 합쳐져 마치 깊고 짙은 바닷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옆 관람객은 꼭 미역 같다고 했고 나는 태양 빛이 들어올 때마다 드러나는 산호 같다고 생각했다. '미디어 아트'를 이야기할 때 나는 항상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유동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빛이 구조물의 어디를 비추는지 이때 나는 구조물의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이미지와 의미가 난삽하게 내 머릿속을 강타할 때면 나는 온전히 그 작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조종성 작가의 작품도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입체적 모형을 통해 평면의 수묵화를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임현락 작가의 '호흡-'1초''

제목과 같이 단숨이 그어낸 임현락 작가의 작품에선 1초라는 시간과 호흡이라는 공기의 이동이 보이는 듯했다. 위에서부터 길게 내려 뻗은 붓질은 1초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작품 또한 평면의 작품과 입체적인 작품을 같이 전시함으로써 우리 시선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게 염두한 것 같았다. 현대 미술에 국한된 줄만 알았던 전위의 기술을 수묵화에서도 볼 수 있음에 감탄하며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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