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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코는 왜 Dec 06. 2018

다신 아무도 이런 덕질 못 할 거야

M컨템퍼러리 아트센터, <러빙빈센트展>

'With a Handshaking Your Loving Vincent'


<러빙 빈센트>라는 영화가 있다. 모든 장면들이 유화로 그려진 이 영화는 분명 고흐에 대한 찬가였다. 요즘 말로 하면 말도 안 되는 질과 양의 덕질이다. 그도 그럴 게 초당 12 프레임으로 1시간 반 분량의 영화를 직접 그렸으니 보통 정성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러빙 빈센트>가 어떻게 그려졌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갖고 그렸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나 보다. 직접 제작진들이 전시회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기로 맘먹고 기획한 것이 <러빙빈센트展>이다. 영화에 쓰인 원화, 제작진 인터뷰, 제작 비하인드, 실제 드로잉 재연, 고흐 원화 2점 전시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영화보단 어설프지만 고흐를 향한 고지식할 정도의 애착이 돋보였다.


영화에 쓰인 원화에서 주목할 건 고흐 원화에 대한 오마쥬와 그것을 영화 내용에 맞게 가공했냐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그것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귀를 자른 고흐가 누워 있는 방은 그의 작품 '고흐의 방'을 어둡게 재구성한 곳이고 라부 여관의 모습도 그가 그린 정물화를 토대로 재구성한 곳이다.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고흐의 그림에 한 번 이상 등장했던 인물이며 그것의 충실한 재현을 위해 비슷한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했다고 한다. 그림을 닮은 배우가 연기하고 그것을 토대로 유화를 그리는 독특한 방식의 구조로 영화는 완성됐던 것이다.


전시는 영화에 대한 그런 애착을 잘 보여준다. 원화로 구성한 많은 공간들이 그들의 노력을 보여주고 몇몇 개의 녹화 영상들이 그것들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고흐의 원화가 있는 공간도 오베르-쉬르의 들판이 펼쳐진 공간도 아닌 영화에 직접 참여한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었다. 그는 때때로 궁금한 질문에 대답도 해줬으며 차분히 '탕기'를 그리고 있었다. 분명 진정성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같이 놓인 그림의 오른쪽은 고흐의 원작, 왼쪽은 영화에서 재구성된 장면

원화와 고흐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 그것만으로 분명 의미가 있는 전시였지만 아쉬운 부분은 분명 있었다.


첫째, 영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전시로 재구성될 때는 분명 관객들이 궁금해할 것들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이상의 경험이 동반돼야 한다. 영화가 평면이라면 전시는 전방위의 경험이다. 그런 점에서 공간에 스크린을 띄워놓고 그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는 형식의 체험이 더 있어야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히려 위의 사진 같은 내용을 더 크게 다뤘다면 훨씬 흥미로웠을 거라 생각한다. 본인들의 훌륭한 재료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고흐의 죽음에 대한 의문 정리

둘째, 공간마다의 연결성이 떨어진다. 영화를 주제로 구성된, 단일한 주제의 전시임에도 공간끼리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고흐의 죽음을 정리해놓은 공간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했다. 컴퓨터 스크린은 중학생이 만든 피피티처럼 폰트나 배열에 신경을 안 쓴 티가 났고 벽에 그려진 'YES OR NO'는 직관적이지 못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포토 스폿, 화가의 그림 재연, 원화 전시가 커다란 한 공간에서 진행됐다. 분명 이런 구성은 매우 불친절했고 어리숙해 보였다.


비록 영화보다 아쉬운 전시가 되고 말았지만 영화 속 궁금했던 여러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기에 그것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고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랑해주길 바란다는 제작진의 마음이 느껴져 다시 한번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전시를 보러 간다면 영화를 앞서 보길 바라며 전시 이후에 또 영화를 보길 바란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당신에게 빈센트가

라고 할지.



캘리그라피: riming_graphy


아트렉처에 함께 게재 됩니다.

https://www.artlecture.com/article/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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