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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꽃 Aug 18. 2021

사업, 그리고 슬럼프

사업 시작한다는 것은


돛단배와 함께 바다에 던져지는  같다.


내가 믿을 건 돛단배와 나 자신 뿐.



아직 바람의 저항을 있는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는


별볼일 없는 돛단배를 탄 채로



배가 육지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만보다


너무 멀어진 것 아닌가 생각이 들 때쯤


바다 한 가운데에 표류하고 있던


슬럼프에 빠져버렸다.



워라밸은 무너진지 오래,


어딜가도 “일, 일, 일” 얘기 뿐인 곳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때는 아주 요만큼.


때론 식사 시간 마저 태블릿을 켜놓은 채 일을 하며 먹어야 한다는 게 미쳐버릴 것 같았고,


사회생활은 커녕 누구와도 약속 하나 잡지 못하며


누구도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쯤


모든 걸 놓고 싶었다.


내가 살고 싶었던 건 이런 삶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일을 하러 가고 싶지가 않았다.


수업준비도 울며 겨자먹기로 해갔고


나 스스로도 말이 없어지고 톤 자체가 낮아져있음이 느껴졌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았다.


내일도 어차피 일 하겠지 뭐,


포기할 수 있는 건 다 포기하고 싶었다.


난 지금 이것만으로도 너무 벅차니까.



괜히 흐리멍텅한 날씨 탓을 하며


이곳을 떠나 아이슬란드 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래,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


투자받은 이 돛단배는 어쩔 것이며,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 온 것 같았다.


가족에게 화를 내고


일하러 갈때엔 가면을 쓰고 웃었다.


내가 생각해도 자신이 미친 사람 같았다.


소름끼쳤다.



며칠간 선생님을 제외한


나의 모든 사회적 역할을 파업했다.


방안에만 틀어박혀선 게임을 하거나


머니게임, 강철부대 같은 것만 봤다.


그러다 갑자기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한 거다.


난 한심함으로부터 원동력을 받는 사람이기에


그런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나니


다시 열정 모터가 팽글팽글 돌아갔다.


이제 다시 열심히 해야지.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아이들이다.


비록 내 텐션은 지하 끝이었지만


오늘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또는 나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아이들을 보며


에너지를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내가 힘을 내야지.


이제서야 나의 마음이 진정되는 듯 하다.


이제야 정리가 된다.


내일부터는 날씨도 갰으면 좋겠다.


그보다 예측불가하고 오락가락한  마음도 갰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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