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쉴틈없이 굴러가는 직장인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워킹맘이었다. 대한민국 워킹맘들이 모두 그러하듯 그런 정신없는 하루하루였다. 나는 항상 바쁘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냉철하게 나를 판단해보면 직장에서는 월급받는만큼 열심히 일할뿐 회사에서 승진하겠다거나 성공하겠다는 꿈을 잃은지는 오래되었다. 핑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를 위한 꿈을 꾸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멋모르고 다니던 어린 사회초년생을 지나 연차가 올라갈수록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더욱 나를 지쳐가게 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훌륭한 엄마인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이들은 항상 더 많은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였고 아이들이 만족할만큼의 사랑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갖고 사는 그렇고 그런 평범한 워킹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호주에 일자리를 갖게 되었고 결정되고 보름정도 후에 혼자 훌쩍 호주로 떠나버렸다. 정말이지 인생 예측불허였다. 가족과 절대 떨어져 살지 못하겠다고 하는 남편을 따라 호주로 가기위해 한국생활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쉽지 않았다. 특히 큰아이는 곧 중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데 공부를 시작해야 할 시기에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갑작스럽게 직장에 휴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도 마음고생이 있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똑같지만 나름 안정적인 일상을 뒤흔드는 변화에 맞서야 하는 나의 마음이 가장 붙잡기 힘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가족은 시드니에 왔다. 그리고 벌써 6개월을 보냈다. 우리 가족 모두 적응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삶의 큰 변화에도 나름 행복하게 잘지내고 있다. 인생 뭐있나 이렇게도 살아보는 거지. 확실히 우리 가족은 호주에 와서 마음이 많이 여유로워 졌다. 호주사람들의 생활자세가 그래서 인지, 날씨가 좋아서인지, 광활한 자연때문인지, 언어가 안통해서인지 원인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몇년 뒤 다시 똑같은 워킹맘의 생활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나의 삶에 갑자기 떨어진 이 시간을 행복하게 만들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