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 오면서 우리 부부가 제일 많이 걱정하고 알아본 분야가 바로 아이들의 학교였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변화되었지만 그에 따라 아이들의 삶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의 갑작스러운 해외 거주를 아이들은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큰 아이는 큰 아이대로 그리고 이제 막 입학한 작은 아이는 작은 아이대로 호주에 가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아빠 때문에 자신들이 즐거운 한국생활을 희생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호주 생활 6개월이 지난 지금, 일단은 아이들은 더욱 밝고 활기차 졌다. 특히 한국에서 다니던 학원을 안 다니게 된 큰 아이는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다. 뿐만아니라 질풍노도의 시기를 시작하는 대한민국 6학년 학생이었지만 아무런 아는 사람 없는 호주로 오면서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다시 사춘기가 뒷걸음쳐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공부를 안 해도 너무 안 하기 때문에 엄마의 속은 말이 아니지만 나 또한 이런 사실에 점점 무뎌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우리 작은 아이는 못 알아듣는데 하루 종일 학교에서 지내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하였고 뜻도 모르면서 영어를 쓰고 다니며 학교에서 하는 활동들을 매우 좋아한다. 작은 아이는 호주의 학교는 놀러 가는 것 같고 유치원 같다고 한다. 나의 생각에 호주 초등학교는 체육시간이 무척 많고 아이들끼리 뛰어노는 시간이 많아 어린 학생들은 굳이 능숙한 대화를 못하더라도 몸으로 놀며 친해질 수 있기에 학교생활 적응이 빠른 것 같다.
공립초등학교는 우리 집을 기준으로 아이들과 같이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두 곳이 있다. 우리는 그중 좀 더 건물이 좋아 보이는 학교를 선택하였다. 운동장이라고 할 만한 운동장은 없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어느 정도 있고 학교 뒤쪽에 뒷동산 같은 잔디 공원과 놀이터가 있어 체육 수업시간에 이곳에서 여러 활동을 하곤 한다. 그리고 교실에서 창문을 통해 멀리 있지만 바다도 보인다.
초등학교는 텀마다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스쿨투어를 하는데 우리는 이 스쿨투어를 신청하여 방문하였고 그 날 당일 아이들을 그 학교로 다닐 수 있다는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았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 동네의 다른 학교를 갔다면 거절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과정이 없는 학교에서는 잘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학교에는 호주 아이들보다 다른 나라 아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중국, 베트남, 인도 아이들이 종종 보이며, 우리가 보기에는 같은 서양인으로 보였으나 알고 보니 아이들과 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특히 유대인인 이스라엘 아이들이 많다. 정말 국제적인 학교이다.
시드니의 학교는 한 학년 동안 4학기로 이루어진다. Term1은 1월 말경 오스트레일리안 데이 다음날 시작되어 4월 부활절 전에 마친다. 대략 한 학기는 10주 정도 되고 2주 방학이 있다. 마지막 Term4는 크리스마스 전에 마치고 대략 1달 이상의 제일 긴 호주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각 학기마다 여러 행사가 진행되어 학기 중에는 엄마도 바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학교에서 공부는 언제 하는 것일까.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부담은 적다. 비록 의사소통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두 학기 학교생활을 해 본 경험을 말하자면, 특히 수학과 영어에 있어서는 아이들을 수준별로 나누어 맞춤식 교육을 한다. 한 학년은 대략 60명 정도 되는 것 같고 3반으로 나누어진다. 한 학년에 선생님은 3~4명 정도 된다. 6학년 큰 아이는 첫 수학 시간에 6 곱하기 8을 바로 대답했다고 학급 아이들에게서 수학 엄청 잘하는 아이가 전학왔다는 소리를 들으며 가장 레벨이 높은 수학반으로 들어갔다. 영어의 경우 매주 단어 시험을 보는데 4개의 레벨로 나누어져 있으며 연속 3번 만점을 받으면 다음 레벨의 단어로 넘어가는 식이다.
1학년 작은 아이는 ESL 담당 선생님과 영어를 따로 공부하는데 대략 4~5명 정도의 아이들과 같이 듣고 있다고 한다. 작은 아이도 매주 단어쓰기 숙제가 있는데 이 또한 레벨별로 단어가 다르며 우리 아이의 경우 요즘 한국에서도 가르치는 파닉스 형태의 단어들이다. 이번 주에는 bl로 시작하는 단어들, 이런 식으로 12단어 정도 된다. 나는 한참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작은 아이도 매주 숙제한 단어를 시험보고 있었다. 어느 날 작은 아이가 숙제를 매우 열심히 하면서 자기도 100점을 맞아보고 싶다고 하길래 알게되었다. 종종 100점을 맞는 친구가 있는데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이렇게 무리해서 열심히 공부하지 마."라고 얘기했는데 자기도 그 얘기가 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정말 칭찬을 많이 해주는 선생님, 학생 한 명 한 명 붙잡고 수업 내용을 이해했는지 다시 설명해 주는 선생님, 확실히 공부는 한국보다 덜 하지만 아이 하나하나에게 더욱 신경을 많이 써준다는 느낌이 드는 공교육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