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경부터 시작되는 Term 3부터 공립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우리는 호주에 조금 늦게 도착하여 8월 초부터 등교하였는데 멋모르고 들어간 이번 텀에 행사가 많아 정말 정신없이 2개월을 보냈다. 이번 텀에는 행사가 4건이나 있었고 그중 운동회와 같은 Athletice Carnival은 고학년과 저학년이 따로 하여 계속 학교에 쫓아다니게 되었다.
1. Book peraid Day
Book peraid Day는 각 학년마다 한 가지 동화를 주제로 코스튬을 갖춰 입고 강당에서 퍼레이드를 하는 행사였다. 6학년은 아기돼지 삼 형제, 1학년은 빨간 두건이었는데 이 행사는 아이들의 분장보다는 선생님들의 분장과 퍼레이드가 빛나는 행사였다. 선생님들은 모두 코스튬을 갖춰 입고 얼굴에 분장까지 하고 등교시간에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인사를 하시고 학생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었다. 특히 빨간 두건으로 변장한 남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였으며, 퍼레이드는 얼음여왕으로 분장한 교장선생님이 망또를 아이들에게 휘두르며 아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를 이어 역시 분장한 각 학년 선생님들이 입장하여 무대에 올라 춤추고 전교생 모두 흥겨워서 춤추며 환호하면서 마지막으로 학년별로 줄지어 무대로 입장했다가 사진 찍고 내려오며 끝난다.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아이들보다 더 흥겨워하고 어울리는 분위기가 사뭇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비교되었다.
2. Father’s Day
호주는 어머니의 날(5월)과 아버지의 날(9월)이 따로 있다. Father’s Day 행사는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행사는 아니었고 아침 일찍 부모들이 스스로 음식을 나눠 준비하여 학교 강당으로 가져와 벌려놓고 아빠와 아이들이 그 음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왠지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식도 지원하고 참석도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제일 딱 떨어지게 준비할 수 있지만 무거운 2리터 과일주스 몇 병을 가지고 아침 일찍 학교 강당에 전달만 하고 우리 아이들의 아빠는 회사 출근이 늦을까 부리나케 학교를 떠났다. 아빠들 회사에 가야 할 시간인데 얼마나 오겠어했던 것은 우리의 착각, 강당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정말 많은 아빠들이 강당에 모여 느긋하게 서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에도 계속 운동회, 아이들 공연, 개별적인 반 피크닉 모임 등등 각종 행사에 참석해보면 한국과는 달리 정말 많은 아빠들이 학교 행사에 적극 참석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도대체 호주 아빠들은 휴가가 엄청 많은 것일까. 물론 우리나라도 점점 아이들과 적극 어울리고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회사의 눈치를 보며 이렇게 많은 행사를 참석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에 다니던 엄마인 나도 눈치가 보여 못했던 일인데 말이다. 회사일이 빠쁘고 휴가를 낼 수 없다는 등 여러 이유로 아이들 졸업식, 입학식도 참석 못하였던 우리 남편의 지난 일들이 생각나 씁쓸한 하루였다.
3. Athletice Carnival
햇볕은 뜨겁고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선선한 날씨, 우리나라의 운동회 같은 Athletice Carnival이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다. 하루는 4~6학년, 하루는 유치원~3학년이 Athletice Carnival을 했다. 고학년은 정말 육상트랙이 있는 경기장에서 100m, 200m, 500m, 계주 달리기, 멀리뛰기 등의 경기를 하였는데 100m 달리기는 전원 참석하고 나머지는 신청자만 참석하는데 우리 아이는 3 종목 정도 참가하고 벤치에 앉아 응원하고 도시락 먹으며 하루를 보내고 왔다. 저학년은 잔디공원에 가서 달리기도 하고 그룹을 나누어 발야구와 비슷한 경기도 하고 장애물 넘기도 하는 등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진행되었는데 그룹을 나눠하다 보니 아이들은 점심시간 외에는 쉴 새 없이 뛰어다니게 된다. 정말 체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교에 다닌 지 며칠 되지도 않고 말도 안 통하는 우리 아이들의 눈치껏 뛰어다니는 뒷모습이 그리도 짠해 보이던 하루였다.
4. Year 6 feta day
이 행사를 위해 6학년 아이들은 1년 내내 무엇을 할지 구상하고 계획서를 작성하고 소개하는 앱도 만들고 각종 재료로 꾸미고 만들고 정말 열심히들 준비했다고 한다. 본인들이 준비한 아이템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모두 6학년 졸업파티에 사용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참석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래플티켓이나 물품 등을 사주며 졸업파티 비용을 보태준다. 그룹별로 나누어 부스를 세우고 팝콘, 솜사탕, 스무디 등을 판매하는 아이들도 있고 대부분은 본인이 구상한 게임을 만들어서 1달러에 몇 번 할 수 있고 기록을 세우면 선물도 주고 하는 것들이 많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한다. 전교생이 내려와서 6학년들이 준비한 축제를 신나게 즐긴다. 우리 둘째 아이는 이 날 얼마 안 되지만 용돈을 모두 탕진하고 왔다.
6학년인 우리 큰아이는 갑작스럽게 준비하느라 고민하다가 내가 달고나를 같이 만들어 주기로 했다. 처음 해보는 달고나 만들기가 쉽지 않았으나 계속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50개 정도 만들어 가서 판매할 수 있었다. 가격을 얼마로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반 친구들이 먹어보더니 달고나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이건 1달러에 팔아도 될 것 같다고 하여 1개에 1달러로 결정했다. 호주 아이들이 처음 달고나를 먹어보는지 뭔가 커피맛도 나고 너무 달고 맛있다고 난리였고 그날 우리 큰아이는 준비한 달고나를 완판하고 투입한 비용 대비 큰 수익을 남겼다. 물론 엄마의 노동비는 계산에서 빠졌지만 말이다.
이 학교는 공부는 언제 하나 싶도록 이런 행사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 사실상 아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본인들이 준비하느라 너무 많은 돈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학교 측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비즈니스 경험을 해보는 시간이며 본인들의 파티 비용을 스스로 조달하는 행사라고 안내한다. 그래, 본인 돈을 더 쓰는 손해를 보는 것도 경험이지 이렇게 스스로 기획하고 활동해 보는 시간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험이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 큰아이도 좀 더 혼자서 기획하고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더라면 좋았겠다 싶어 아쉬 기도 했다.
이렇게 숨 가쁜 2개월간의 학교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2주간의 방학을 맞이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