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부터 시작된 마지막 Term4 또한 여러 학교 행사로 바빴고 호주 학교생활을 시작한 지 몇 개월 안되었지만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어 설레고 걱정되는 뜻깊은 학기였다.
1. School Musical Day– Fractured Fairy Taled
Term 3 가 시작된 지 4주가 지나고 Week5에는 School Musical Day가 개최됐다. 그동안 아이들은 거의 매일 학교에서 뮤지컬 연습을 하였고 그나마 있는 단어 쓰기 숙제도 없고 뮤지컬 장소인 극장에 수차례 가서 리허설을 하고 다른 cast의 공연을 봐주며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서도 왜 학교에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을까 하며 걱정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뮤지컬에만 집중한 한 달이다.
전교생을 3개의 cast로 나눠서 3일에 거쳐 학교에서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극장을 대여하여 공연하였다. 물론 부모는 공연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여 관람해야 하며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별도로 사진과 동영상을 구매하여야 한다. 뮤지컬은 여러 동화가 섞여 있는 구성으로 할머니가 된 웬디와 할아버지가 된 피터팬이 손주들에게 옛이야기를 해주는 중간중간 동화 캐릭터로 분장한 한 학년의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 1학년은 여학생은 빨간 모자와, 남학생은 늑대로 분장하여 노래하고 춤췄고 6학년은 늑대를 끓는 가마솥에 넣은 아기돼지 3형제가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내용의 노래와 춤을 췄다.
사실 한국에서 워낙 춤 잘 추는 아이들을 많이 봐온 우리에겐 고학년들의 공연은 조금은 뻣뻣해 보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재롱잔치 같네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되는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2. 유대인 성인식 – Bat Mitzvah(바트 미쯔바)
12월 첫째 주말, 우리 딸은 같은 6학년 유대인 여학생들의 성인식인 바트 미쯔바에 초대받았다. 참고로 우리 동네, 우리 아이들 학교에는 유대인들이 많다. 처음 초대장을 받았을 때는 단순한 생일파티 초대장인 줄 알았는데 5명의 여학생이 같은 날 생일일 수도 없고 그때부터 사전과 인터넷에 바트 미쯔바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유대 전통에 의하면 사춘기가 시작되는 13세에 성인식을 행함으로써 유대인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스스로 하나님의 계명을 지킬 의무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성인식을 맞은 아이가 토라를 공식적으로 읽고 나면 부모는 “이 아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영광이 있기를”라고 화답한다. 오호. 참으로 뜻깊은 전통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성인식에 참가한 가족, 친지들이 부조금을 내는데 조부모나 가까운 친척은 유산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적지 않은 돈을 부조하며 이 돈은 예금이나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하여 사회생활을 할 나이가 되면 제법 종잣돈이 생기기에 성인식은 유대인들의 경제교육의 시작점이 된다고도 한다. 20세에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나 25세에 구글을 창업한 쎄르게이브린, 레리 페이지 등의 유대인 성공의 밑받침이 바로 성인식이라고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 큰 아이는 5명에게 줄 각각의 작은 부조금 봉투를 가지고 초대에 응하였다. 아마도 성인식의 행사는 별도로 한 것 같고 아이들이 초대받은 것은 피로연 같은 댄스파티였다. 근처 골프클럽을 빌려 파티를 하는데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초대받은 아이인지 확인하고 들여보내고 귀가 시에도 부모를 확인하고 아이를 내보내 주었다. 안쪽을 슬쩍 보니 간단한 디저트들이 차려져 있고 예쁜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들이 모여 이야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있었다. 파티 참석 후 아이는 재미있다기보다 너무 생소해서 어색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런 문화적 경험, 아이에게는 의미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3. 프레젠테이션 데이 및 6학년 Farewell Party
프레젠테이션 데이는 우리나라의 종업식 같은 행사이다. 하루에 한두 학년씩 강당에서 개최하는데 1년 동안의 아이들 사진도 보여주고 한 명 한 명씩 단상에 불러 상장을 하나씩 준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은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해 어떤 점이 좋은 아이라는 이야기를 해주며 1년이 즐거웠다 하는 식의 소감을 발표하신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나와 노래를 불러주며 끝난다. 놀라운 것은 역시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이 모두 참석하여 1년 동안 열심히 했다며 축하해준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의 작은 노력 하나도 놓치지 않고 칭찬해주고 기뻐해 주며 여유 있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 나는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다그치기만 하였지 그런 작은 기쁨들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Term4가 끝나기 전 주에 우리나라의 졸업식과 같은 Farewell Party가 있었다. 아이들은 오후 6시까지 Point Piper에 위치한 요트클럽에 모여 저녁식사와 댄스파티를 하고 끝나기 한 시간 전에 부모님도 초청하여 프레젠테이션 시간과 댄스 시간을 갖는다. 비용은 Term 3에 있었던 FETA Day에 6학년 아이들이 스스로 마련한 돈과 모금 이벤트에 걷힌 기금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그만큼 더 아이들에게 뜻깊은 행사인 것 같다. 물론 그동안 아이들이 카드리더기까지 가지고 다니며 기부 요청하는 모습이 한국과는 문화적 차이가 커서 내가 보기에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날의 주인공은 역시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인 것 같다. 여학생들은 벌써 몇 달 전부터 이 파티에 입을 원피스를 장만하느라 고심했었다. 졸업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음악이 나오고 아빠들은 이 큰 아이들을 목마 태우고 춤추기 시작하는데 우리네 문화와 달라 우리 가족은 어색하게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Term4의 마지막 등교날, 수업을 마친 전교생이 학교를 떠나는 6학년들을 위해 두 줄로 서서 높이 손을 맞잡고 터널을 만들고 그 터널로 6학년 아이들이 지나가며 학교 건물을 빠져나오는 축제 같기도 한 의식이 이루어졌다. 서로 꼭 껴안고 기뻐하기도 하고 아쉬워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모습은 어느 나라나 같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