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11월 초부터 시드니 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해진다. 그리고 날씨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다. 두꺼운 코트에 목도리를 칭칭 동여매고 반짝거리는 거리를 돌아다녀야 할 것 같은데 이곳은 가벼운 차림(집 근처에 바다가 있어서 그런지 수영복 차림도 많다)에 햇살은 강렬하니 한참 어색하다. 크리스마스 전부터 시드니 최대 세일 시즌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박싱데이라 하여 공휴일이면서 대폭 세일을 하여 상점들 문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대기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는 특별히 박싱데이 세일에 구경을 나가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도 많은 상점들이 방학시즌인 1월 내내 세일을 계속한다.
우리는 아파트에 사는 것을 선호하지만 호주 현지인들은 주택을 선호하는 것 같다. 주택들이 밀집된 지역 중에는 정말 화려하고 이쁘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구역들이 있어 저녁에 구경하면서 산책하면 정말 이국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시티로 나가면 더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넘치는데 특히 마틴플레이스역 옆의 광장에 설치된 대형 트리는 시간마다 흥겨운 캐럴송에 맞춰 현란하게 번쩍이는데 넋을 놓고 구경하게 된다. 시티에 유명한 세인트 메리 성당 역시 저녁이 되면 성당 외부에서 라이트 쇼를 하며 성가대가 캐럴을 반복하여 불러준다고 한다. 올해는 아쉽게도 세인트 메리 성당을 못 가봤는데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꼭 가보아야겠다.
시드니의 새해맞이 불꽃축제
시드니의 새해맞이 불꽃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도 불꽃축제를 어디서 구경해야 할까 몇 달 전부터 고민하다가 록스 구역에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을 구매하였다. 그러나 그 후 2020년을 맞이하는 불꽃축제는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전 세계 주요 이슈가 될 정도의 호주의 산불로 인하여 불꽃축제를 개최할 상황이 아니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월 31일 저녁, 너무 일찍 가면 아이들과 고생할 거라고 느긋하게 집에서 식사를 하고 9시 즈음하여 시내로 향했다가 수많은 인파에 너무 놀라고 말았다. 시내의 모든 도로가 통제됨은 물론 거리에 주차된 차량 하나도 없었고 그 넓은 도로가 걸어서 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가운데 여기저기 펜스가 쳐져 있고 경찰이 질서유지를 위해 진입을 통제하고 있어 록스 구역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험난하였다. 특히 10시 이후에는 티켓이 있어도 입장이 제한된다고 하였기에 나중에는 마음도 다급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도착하였고 그 후로는 아이들과 함께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2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빼곡히 자리 잡고 앉은 사람들, 자리 펴고 누워 잠든 사람들, 부지런히 예약했는지 근처 위치한 펍에서 편안히 즐기는 사람들. 자정이 몇 분 앞으로 다가오자 모두들 웅성웅성하다가 일시에 카운트 다운하며 소리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작된 10여 분의 불꽃놀이는 그 3시간의 고생을 날려버릴 만큼 황홀한 광경이었다. 오페라하우스 위로 펑펑 터지는 불꽃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불꽃놀이를 마치기 무섭게 집에 갈 길이 또 멀기에 수많은 인파에 묻혀 마틴플레이스역으로 걸어갔다. 집에 가는 길은 우려와는 달리 너무 순조로워서 의아할 정도였다. 너무나 인상적인 경험이었으나 내년부터는 어딘가 멀리서 편하게 봐야겠다. 아이들 데리고 이 고생하며 이렇게 멋진 광경 보는 것은 한 번만 하면 될 것 같다. 아니면 다음번에는 9시에 하는 어린아이 있는 가족을 위한 불꽃놀이를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