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스러울 정도로 폭증하던 코비드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달여 만에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NSW주에서만 하루 만명이 훌쩍 넘지만 말이다. 시드니는 지금 특별한 락다운 조치를 하지 않고 있으며 일상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진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PCR테스트 폭증 사태로 인하여 지금은 확진자와 접촉했어도 증상이 없으면 PCR테스트를 받으러 오지 말고 우선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물론 자가진단키트 구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곳곳에서 일손이 부족하면서 이제 확진 시 자가격리 기간도 일주일로 줄어들었다.
아이들의 새 학년이 시작되는 2월이 다가오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주정부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폭증할 때부터 줄곧 학교는 문을 열 것이다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몇 명만 확진자가 발생해도 즉시 꽁꽁 문을 닫던 호주가 백신 접종률 90%를 넘어가면서 달라졌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이들이 정말 정상 등교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 가운데 5~11세 아이들의 화이자 백신 접종이 1월 15일부터 시작되었다. 어른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용량을 8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한다. 둘째 아이 백신 접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또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좀 더 여유를 갖고 다른 아이들 접종하는 거 지켜보다가 하고 싶다가도 또 학교 시작이 보름밖에 안 남았는데 하는 생각도 들어서 고민 끝에 일단 예약은 해놓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정해놓고 다니는 GP도 없고 외국인이기에 호주 의료보험도 없다 보니(GP는 의료보험을 요구하기도 하기에) 랜즈윅 칠드런 병원의 백신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예약을 하려고 보니 벌써 1월에는 자리가 꽉 차있었다. 이럼 또 빨리 접종을 해야할 것처럼 마음이 왔다갔다하잖아. 나는 정말 줏대 없는 부모인 것인가.
그렇게 우리 둘째 아이도 1월의 마지막 날인 개학 직전에 1차 백신을 접종하였다. 5~11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2주째 되는 날이었는데 이미 대상 아이들의 40% 가까이가 백신 접종을 하였다고 한다. 항상 느끼지만 호주 사람들은 정부의 방침이나 규제 등을 정말 잘 따르는것 같다. 물론 불만을 갖거나 비난하거나 시위를 하긴하지만 말이다. 아이들 백신 접종할 때마다 정말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다행히 둘 다 아직 특별한 이상 증상은 없다. 몹쓸 코로나.
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한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 초등학교는 마스크 착용이 그냥 권장이었는데 의무로 바뀌었다. 그리고 일단 1달 동안은 가정에서 매주 2회 자가검진키트로 확인하고 등교하게 되었다. 만약 코비드 양성 반응이 나오면 다시 PCR테스트를 받고 가족이 일주일간 자가격리하라고 한다. 물론 자가검진키트는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개학 전 주에 학교에 가서 일단 2주 치의 검진키트 4개씩 받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 동네 약국과 마트를 다 다녀도 구할 수 없는 귀한 자가검진키트가 지금 집에 8개나 쌓여있다.
자가진단키트, 한줄은 정상 두줄은 코로나
그리고 등교 전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족 모두 경건하게 둘러앉아 검사를 시작했다. 우리 가족 모두 PCR테스트를 두어 차례 받아보긴 했지만 스스로 직접 코에 면봉을 넣어 검사하는 건 처음인지라. 아이들은 엄마, 아빠에게도 자신의 코를 맡길 수 없다며 직접 하겠다고 하였고, 제대로 깊이 안 해서 검사 결과가 안 나오면 귀한 자가검진키트 아깝다는 엄마에 성화에 아이들은 긴장하고 정성껏 검사에 임했다. 둘 다 실패 없이 아주 깔끔하게 양성 결과를 얻었고 학교생활은 다시 시작되었다.
첫 등교 후,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조잘조잘 새로운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둘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재작년 담임선생님이셨던 분이다. 시드니에서도 귀한 남자 선생님이신데 공교롭게도 이 시국에 성함이 미스터 코로나이다. 어쨌든 우리 둘째 아이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위드 미스터 코로나 선생님이다. 역시 아이들은 학교를 가야지, 엄마의 새벽 도시락 싸기 생활도 다시 시작이지만 일상의 시작으로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이 느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