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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an 06. 2022

# 31 시드니에서 오미크론 파도에 서핑하다

 NSW주의 신규 확진자가 하루 200~500명 사이로 나오는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90%를 넘어가면서 12월 15일, 드디어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게 되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고 큐알코드 체크인도 감시 확인 없이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완화는 한편으로는 매우 불안하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기에 외부활동은 자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를 케언즈에서 맞이할 계획이었다. 케언즈가 속해있는 퀸즐랜드주는 아직 코비드 청정지역을 유지하는 가운데 호주 내의 다른 주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14일 자가격리를 요구하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이전에 제한 조치를 완화하여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72시간 이내에 받은 PCR 테스트 결과만 있으면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기로 하였다. 불안하게도 NSW주의 신규 확진자는 정책 완화 이후 매일매일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파티를 어찌나 많이 하는지 밤늦게까지 동네가 시끌시끌할 정도이니 어찌 확진자가 증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드디어 우리 가족은 케언즈 여행 이틀 전에 PCR테스트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대기줄이 너무 길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클리닉에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섰는데 2시간째 줄이 전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클리닉은 드라이브스루도 같이 하는 곳이었는데 거리에 차량이 밀리기 시작하니 걸어온 사람들은 검사를 안 해주고 차량 방문자만 검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우리 가족 바로 앞에 서있던 호주 언니가 울기 시작했다. 본인은 미국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서 대기자들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하소연하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펑펑 울다가 또 그 와중에 차를 세우고 줄 서려는 부부에게 차를 타고 검사받으러 가야 한다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한다. 줄서있던 차량에서는 갑자기 타고있던 사람들이 내려 차를 민다. 줄서있는 동안 열료가 바닥났나부다. 우여곡절 끝에 검사는 받고 왔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틀이 지났는데 비행기를 타는 날 아침까지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바로 전주에 작은아이가 콧물을 해서 검사받았을 때는 하루가 안되어 검사결과가 왔었기에 우리는 당연히 검사결과가 늦어질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었다. 음성 확인 문자가 있어야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 클리닉은 전날부터 전화연결도 되지 않는다. 클리닉에 찾아가서 문의하면 그곳에서는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만 할 뿐. 하루 종일 전화 걸어 통화에 성공했는데 검사받는 사람들이 폭증해서 자신들도 지금 아무것도 조회할 수도 확인할 수도 없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짐은 끌고 아이들을 데리고 절망적인 기분으로 공항에 갔고, 항공사에서는 환불이 안된다는 것을 징징 물고 늘어져서 바우처로 환불을 받았다. 사실 이번 케언즈행 비행기 표도 지난 방학에 퍼스 여행 가려다 코비드로 취소된 바우처로 산거였다.     


 검사 결과는 이렇게 한바탕 소동이 잠잠해지고 우리의 마음이 조금 진정된 그날 밤늦게 받을 수 있었다. 음성 결과를 보니 다시 속에서 불이 날 것 같은 이 느낌, 차라리 끝까지 결과가 오지 말든지. 다음날 신문, 뉴스에는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는지 난리가 났다. NSW주의 코비드 테스트 클리닉들이 한계에 봉착하여 72시간 내에는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없다는 기사부터 시작해서 퀸즐랜드가 자국 내 이동에 PCR테스트를 요구한 것은 너무했다, 비행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정말 증상이 있고 아픈 사람들이 검사를 못 받고 있다 등등의 기사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여행을 못 가게 된 상황이 더 마음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올해도 2022년도의 시작은 어김없이 불꽃놀이와 함께


우리가 실제로 본 올해의 불꽃놀이 현실은 이렇지만 말이다. 멀리서 보아도 아름답다. (왓슨스베이 가는 길가에 멈춰서서)  



 그리고 바로 삼사일 후에 남편 직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또 코비드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나오는데 6일이 걸렸다. 우리는 어차피 여행 가면 안될 상황이었던 거야라고 다독거리며 그렇게 우리 가족은 NSW주 내에서 조용한 연말 휴가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였고, 새해 들어 NSW주의 확진자는 하루 2만 명씩 나오다가 어제부터는 35,000명에 이르고 있다. 다음 주에는 아마도 10만 명이 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루 10만 명 정도가 PCR 테스트를 받는데 그중 3분의 1이 확진자라는 이야기이다. 그 와중에 클리닉들은 업무과중으로 문을 닫고 있다. 사실 호주인들의 워라벨 성향을 볼 때 과중한 업무를 오랫동안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위드 코로나를 하고 이렇게 빨리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린 마을처럼 될 줄은 몰랐다. 정부에서는 이제 증상이 없으면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해서 PCR테스트를 받으러 오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서 그런지 아직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사실인 것 같다.      


 우리 가족은 지금 돌아가며 목이 살짝 불편한 것 같은 증상을 느끼고 있다. 혹시 오미클론에 걸린 거 아닌가 의심이 많이 드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직 백신을 못 맞은 우리 둘째가 걱정되어 가족 모두 조심하고는 있는데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오미클론의 거대한 파도 위로 아슬아슬하게 서핑보드에 몸을 싣고 뛰어들었다. 

비구름이 몰려오는 폭풍 전의 거친 오미클론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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