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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Nov 04. 2021

#30 시드니에 온 영희

  10월 18일, 드디어 락다운이 해제되었다. 거의 4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시드니의 락다운이다. 이제 큐알코드로 주정부 사이트에 코비드 안전 체크인을 하고 백신접종완료증명서를 보여주면 상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레스토랑 및 카페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시드니는 그동안 텅 빈 도시 같았는데 락다운이 해제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나와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이러다가 며칠 지나면 다시 확진자가 폭증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는데 4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NSW주의 신규 확진자는 하루 2~3백 명 대로 발생하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참고로 현재 NSW주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88%를 넘기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증가하면서 아이들의 등교도 1주일 앞당겨졌다. 아이들은 그동안 편하게 집에 있다가 활동량도 늘고 영어사용량도 늘어나니 학교를 마치고 오면 엄청 피곤해하고 있다. 나의 도시락 싸기 아침 전쟁도 다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학교를 보내기도 집 밖을 나서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일단 한번 나가니 너무 좋은 것이다. 역시 어른은 어른의 아이는 아이의, 각자의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정말 모든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을 또다시 실감하고 있는 요 며칠이다.

자카란다가 만개한 지금,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꽃길 속을 잠시 걷는 것도 행복이다

 우리 가족이 락다운 해제되고 제일 먼저 찾은 곳 중 하나는 바로 미용실이다. 아무리 비접촉이 중요하다지만 미용실을 못 가게 될 줄이야. 처음에는 한두 달 참으면 되겠지 하였는데 계속 길어지자 내가 가위를 들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사회생활해야 한다고 아들보다 오래 버텼지만 끝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머리 컷까지 직접 하게 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미용실 주인분은 락다운 기간 동안의 정부의 지원금이 그렇게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일을 안 했는데도 돈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미용실 운영하면서 언제 이렇게 휴가를 가져보았겠냐면서 나름 좋은 점도 있었다고 하신다. 이렇게 오랜 시간의 락다운을 추진할 수 있는 호주 정부도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락다운 해제 후 바로 할로윈데이도 있었다. 작은아이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어찌나 실감나게 할로윈 복장을 꾸미고 오는지 몇 차례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다. 파티를 좋아하는 호주 사람들이 그동안 집안에서 눌려놓고 있던 에너지를 마구 분출하는 것 같다. 집집마다 홈파티도 어찌나 많이 하는지 주말이면 자정이 넘어까지 동네가 들썩들썩한다.


 그리고 할로윈은 맞이하여 우리의 자랑스러운 영희도 호주에 왔다. 그것도 호주의 상징인 오페라하우스에 말이다. 하이스쿨에 다니는 큰아이가 친구들이 벌써 많이 영희를 보고 왔다고 하여 우리도 저녁 먹고 산책 삼아 나갔다가 수많은 인파에 정말 깜짝 놀랐다. 사람이 많아 멀리서 사진 찍다가 남편이 가까이서 영희와 찍을 거라며 결국 줄 서서 큐알코드 체크인에 백신증명서까지 보이고 영희 근처에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영희는 우리가 가까이 가기에 너무 큰 세계적인 대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작은아이의 초등학교에서 오늘 메일도 왔다. 어린아이들이 폭력적인 화면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면서 특히 오징어 게임을 보여주지 말라고 하는 내용이다. 2학년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징어 게임을 봤다고 하면서 따라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더 길게 설명되어 있어 한편으로는 오징어 게임 홍보해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뭘까. 실제로 3학년인 우리 작은 아이의 친구들도 몇몇 봤다고 하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국어로 한다고 한다. 놀이 자체는 유해하지 않은 즐거운 놀이이긴 한데 그 점은 아쉽다.


 해외에 나와있으면서 이렇게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보니 더욱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또 한국생활을 그리워하며 힘들게 학교생활하는 아이들에게도 많은 용기와 자부심을 실어주는 것 같다.

  

시드니에 온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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