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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Jul 27. 2022

#35 최고의 휴양지에서 최악의 여행

해밀턴 아일랜드(1)_ 지상의 낙원에 도착하다.


해밀턴 아일랜드 1일 차


 올해도 벌써 반이 흘러갔다. 아이들은 텀 2를 마치고 약 2주간의 방학을 맞이하였다. 그동안 COVID-19 제한 조치로 인하여 취소되었던 여행을 다시 가야 하는 바쁜 방학이다. 이번 여행지는 퀸즐랜드 주에 위치한 휴양지, 해밀턴 아일랜드이다. 현지인들도 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유명하여 기대가 컸었는데 출발 전부터 조짐이 불길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퀸즐랜드로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3번이나 취소된 적이 있다. 심지어 짐 싸서 공항까지 갔다가 취소된 적도 있다. 퀸즐랜드 여행은 골드코스트, 케언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앞서 두 번의 여행에서 내내 비가 오는 불운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일기예보는 그냥 비도 아니고 그냥 뭐 폭우가 쏟아진다고 나온다. 바다가 그렇게 이쁘다는데 날이 흐리면 바다가 예쁜 에메랄드 빛이 아닐 텐데 하고 아쉬워하며 여행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우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예쁜 바다를 볼 수 있는가 아닌가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늦은 오후, 드디어 해밀턴 아일랜드 공항에 도착하였다. 해밀턴 아일랜드 공항은 하루에 5~6대 정도의 여객기가 이착륙하는 아주 자그마한 공항이다. 작은 섬이다 보니 호텔도 몇 개 안되는데 아이들과 같이 묶을 수 없는 럭셔리한 호텔과 우리가 머무를 가족호텔, 그리고 배나 경비행기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직원들이 각자의 투숙객을 픽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미리 예약해둔 버기를 찾으러 갔다. 보슬비를 맞으며 버기를 타고 섬을 돌아다니니 처음에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3일 동안 우리의 렌터카가 되어준 버기는 나름 편했지만 비바람 막이가 없었기에 타기 전에 항상 빗물을 닦아야 했고 비를 맞으며 타고 다녀야 했다. 뒷좌석에 거꾸로 앉아 비를 피하고자 우산을 덮고 있던 아이들은 비바람에 우산이 뒤집힐 때마다 마치 코카투처럼 소리를 질러대곤 했다. 그나마도 여행 막바지에는 비가 너무 심하게 와서 버기를 타고 나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비 속에서 우리의 이동을 도와준 버기와 호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코카투


 섬의 편의시설과 레스토랑은 선착장 근처에 전부 모여 있었다. 문제는 여행 2주 전에 레스토랑을 예약하려고 했더니 자리가 남아있질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기를 걸어두었던 레스토랑에서 밤 9시에 오겠냐고 연락이 와서 거절했다. 9시까지 아이들을 굶길 수는 없으니. 첫째 날 저녁은 예약을 안 받는 유일한 레스토랑인 타코 레스토랑에 오픈 전부터 줄 서서 먹었고, 둘째 날 저녁은 미리 준비해 간 컵밥으로, 마지막 날 저녁은 피자를 사 와서 호텔 룸에서 먹었다. 이런 휴양지에서 비는 계속 오고 룸에서 저녁을 먹다니, 너무 낭만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해 잘 놀아보려고 노력했다.                

해밀턴 아일랜드 선착장_ 흐리고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고 있다


버기 타고 해밀턴 아일랜드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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