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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May 24. 2022

#34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를 찾아서, 케언즈(3)


케언즈 여행 3일 차 _ 피츠로이 아일랜드



 아침 일찍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바닷가 옆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 뒤 리프 터미널로 향한다. 드디어 비가 멈췄고 우리가 케언즈까지 온 이유인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를 보러 가는 날이다. 오늘 일정은 배를 타고 약 40분 거리에 있는 피츠로이 아일랜드에 가는 것이다. 리프 터미널에서 미리 예약한 티켓을 찾아 배에 올랐다.


 우리가 탄 배는 목적지로 가는 중간에 우리를 피츠로이 아일랜드에 내려주고 오후 4시경에 다시 태우러 오는 배다. 멀미약을 미리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작은 배도 아닌데 출렁이는 바다에 출발하자 마자부터 뱃멀미가 시작됐다. 그때를 상상하며 글을 쓰자니 지금도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 몸을 가누기도 힘든데 배안에서 나에게 맞는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하러 가서 빌려오는 것도 너무 힘에 부쳤다.

피츠로이 아일랜드 선착장에 내린다.


 드디어 배가 피츠로이 아일랜드 선착장에 도착하고 우리는 서둘러 내렸다. 땅을 밟으니 멀미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조금 걸어 들어가 한적한 해변에 자리를 잡자마자 마음이 급해진 우리 둘째 아이는 서둘러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피츠로이 아일랜드의 해안은 고운 모래사장이 아니라 죽은 산호가 깔려있는 해변으로 맨발로 걸으면 아픈 그런 곳이었다. 바다는 꽤 멀리까지 나가도 그리 깊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혼자 내보내는 것은 불안하기에 아빠가 한 명씩 번갈아가며 멀리 스노클링하여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꽤 멀리 나갔음에도 작은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

다. 엄청 큰 물고기가 있어서 무서웠다며. 정말 투명한 바닷속에 니모같이 작은 열대 물고기들이 살랑살랑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좀 더 멀리 나갈수록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물놀이를 하니 금방 배가 고파져 이 섬에서 유일한 레스토랑인 듯한 카페에서 피시 앤 칩스를 사 와 해변에서 먹었다. 출발하기 전에 터미널에 있던 한국인 직원이 섬에 먹을게 별로 없을 거라고 점심 식사 거리 챙겨가라고 했지만, 터미널 근처에는 비싼 샌드위치 가게 밖에 안 보여서 그냥 섬으로 들어왔는데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나름 한 끼 때우기엔 그럭저럭 괜찮았다.


 섬에는 스노클링 외에도 트레킹 코스도 있고 여러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업자도 있다. 반나절을 스노클링 했더니 지쳐서 트레킹할 생각은 사라졌고, 배 시간은 애매하게 남았는데 스노클링을 더 하기도 힘들고 늘어져 있다가 2인용 카누를 빌렸다. 아빠랑 아들이랑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교대로 나랑 딸이랑 나갔다. 우리 딸 로잉 배운 실력으로 엄마를 잘 이끌고 다니렴 했는데 우리 카누는 직원이 가지 말라고 한 곳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카누 근처에서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에게 민폐였다. 짧은 영어로 미안하다고, 근데 내 마음대로 안돼, 미안해. 그러자 그 사람들은 깔깔 웃으며 우리 카누 뱃머리를 바른 방향으로 돌려주고 갔다. 대여시간이 좀 남았지만 지쳐서 다시 해변으로 기어들어갔다. 마트에서 사 먹는 가격의 거의 6~7배에 달하는 엄청 비싼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배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동네에서 요즘 잘 사 먹지도 않았는데 비싸니까 더 맛있나 봐 하면서 즐거워한다.


 다행히 돌아오는 배에서는 모두 지쳐 쓰러져 자느라 크게 뱃멀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니모를 찾아서 떠난 첫 첫 바다는 꽤 좋았다. 날씨가 더 쨍쨍했으면 물이 더 푸르고 투명해 보였을지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케언즈 여행 4일 차 _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케언즈 여행의 마지막 날, 배를 타러 터미널로 향한다.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액티비티를 하러 가는 것이다. 배를 타고 1시간 반 정도를 먼바다로 나가야 했기에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그리고 걱정한 데로 최악의 길고 긴 뱃멀미를 겪어야 했다. 도망갈 육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큰아이와 나는 하루 종일 어지러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1시간 반을 출렁거리며 가서 망망대해에 커다란 해상 정박정에 도착했다. 아, 진심 그런 곳인지 몰랐다. 그 정박정 한쪽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헬기 체험할 사람들을 태울 헬기가 떴다 내렸다 했으며 또 한쪽에서는 유리 반잠수정 관광객들 태우고 들락날락 다. 문제는 이 정박정도 바다의 출렁임에 따라 출렁출렁한다는... 이미 1시간 반의 뱃멀미에 지친 우리 딸과 나는 정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고 온 배가 덜 흔들리는지 정박정이 덜 흔들리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이런 우리의 상태에 관계없이 흥분한 아빠와 아들은 부리나케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래, 멀쩡한 사람들이 우리 몫까지 열심히 즐기길 바랄게. 한참을 딸과 함께 기진맥진하다가 뭐라도 해야 한다 돈이 얼만데 하고 기운을 내서 앉아서 바닷속을 볼 수 있는 유리 반잠수정을 타러 갔다. 배는 작을수록 더 흔들리는 법, 발밑의 바다를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날씨가 점차 흐려져서 그런지 바닷속이 투명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가져온 멀미약은 아이들을 위한 비상용 두 알만 남고 다 먹었기에 직원에게 얘기해서 멀미약을 또 얻어먹었다.


 그러는 사이 점심시간이 되고 정박정 한 곳에 뷔페가 차려진다. 입맛도 없고 입맛에 맞는 음식도 아니지만 굶으면 더 안 좋을 것 같아 과일 중심으로 먹어본다. 딸은 조금 먹었더니 더 울렁거린다고 난리가 났고, 날씨는 흐려지다 못해 이제 비바람이 분다. 그 비바람에 사람들이 먹던 음식과 종이접시들이 마구 날아다닌다. 뭔가 이건 아닌데 싶고 너무 힘들었다. 물놀이 중인 둘째아이도 추울까 봐 걱정스러웠다.


 드디어 육지로 돌아가는 시간, 아빠와 아들은 바닷속에서 직원이 찍어준 사진을 너무 만족해하며 구매하고 서로 큰 물고기 봤냐며 즐겁다. 그래, 즐거웠던 사람이 있었으면 좋은 여행이었던 거야.

 아쉽고도 기억에 남을 케언즈에서의 휴가가 이렇게 흘러갔다.


지난 주말, 10년 가까이 지속되던 보수정권이 마감되고 새로운 총리가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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