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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Apr 30. 2022

#33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를 찾아서, 케언즈로(2)


케언즈 여행 1일 차


 시드니에서 비행기로 약 3시간 걸려 케언즈 공항에 도착하였다. 케언즈 공항에서 택시로 약 10분 정도 이동하여 케언즈 시내로 들어갔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빗방울이 날렸다. 지난번 골드코스트 여행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우린 퀸즐랜드주랑 뭔가 안 맞나, 그때도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져 제대로 못 놀았는데. 이번에도 폭우가 계속 쏟아지면 다시는 퀸즐랜드에 오지 말자고 얘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더 이상 퀸즐랜드에 갈 기회가 있기나 할까 싶었다.     


 케언즈의 첫인상은, 찌푸린 하늘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오래된 관광도시 느낌. 비 오던 골드코스트도 딱 그런 느낌이었는데 케언즈는 그보다 더 한적하고 오래된 느낌이다. 갑자기 나의 어린 시절 최고의 휴양지였던 부곡하와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른 아침의 비행으로 몸은 피곤한데 아직도 오전이었다. 우리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걸어 다니며 시내 구경을 했다. 호텔에서 얼마 걷지 않아 눈에 익은 케언즈 라군이 보였다. 흐린 날씨라 싸늘한데도 라군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가 도대체 케언즈는 일 년 내내 뜨거워서 물밖에 돌아다니면 힘들다고 했던가. 보는 것만으로도 추워지는데 리프 액티비티를 무사히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바다와 인접한 라군 근처로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밤이 되면 이곳은 또 다른 동네가 되었다. 호주에서 보기 드문 환하고 시끌시끌하고 복잡한 밤문화가 이곳에 있었다. 오늘 하루가 길었던 우리 가족은 그냥 호텔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케언즈 시내의 나이트마켓을 구경하면서 첫날을 마무리하였다.    

  

케언즈 라군. 바로 옆의 바다는 수영을 할 수없게 되어있다.악어조심 팻말이 있던데 정말일까.

케언즈 여행 2일 차 : 레인포레스트와 쿠란다 마을     

 

 아침 일찍 일어나 느긋하게 호텔 조식을 먹고 호텔 정문 앞에서 우리를 데리러 올 관광버스를 기다렸다. 오늘 우리의 여행 상품은 Rainforestation Nature Park와 쿠란다 마을을 구경하고 쿠란다 씨닉 기차를 타고 케언즈 역에 오면 다시 관광버스가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것이다. 여행상품은 구성에 따라 다양한데(씨닉 기차 대신 케이블카를 타는 상품도 있고, 둘 다 타는 상품도 있고, 점심 포함 상품 등) 각 상품별로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옷에 붙여준다. 아이들은 관광버스 기사님 안내에 따르면 세상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싶어 했지만 예약을 늦게 한 관계로 상품이 이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엄마는 높은 곳을 싫어한단다.     


 시내를 벗어나 꼬불꼬불 산길을 20분가량 올라가자 Rainforestation Nature Park가 나온다. 사실 이곳에서는 아미덕을 타고 열대우림과 호수를 구경하는 것만 하고 싶었지만, 패키지 상품이기에 우리는 시드니에도 있는 코알라와 캥거루를 열심히 관찰했다. 다른 점은 악어도 있었다는 거. 아미덕 타고 열대우림을 체험하는데 기사분이 정말 열심히 열대우림에 있는 식물들과 이것저것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해주신다. 물론 영어로. 설명 시간과 아미덕의 속도는 반비례하기에 아이들은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지루해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릴 땐 아미덕 기사님이랑 사진도 찍고 관광객으로의 본분을 잊지 않는 깜찍한 우리 아이들이다.  

여기서까지 만나게 되는 코알라와 캥거루, 그리고 좀 보기 드문 악어

   

아미덕 타고 열대우림 한바퀴


 우리 가족끼리 렌터카로 왔다면 벌써 이곳을 떠났겠지만, 우린 또 열심히 에보리진 공연을 관람한다. 원주민 할아버지의 시범을 보고 같이 부메랑을 던져보기도 하고 원주민 공연도 관람하였다. 재작년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족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별다른 기대 없이 봤는데(이것도 묶음 티켓을 구입하는 바람에) 뜻밖에 정말 힘 있고 특색 있는 공연에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뭔가 어설픈데, 우리 아이들도 잘 추는 게다리춤이 주를 이루고 원주민 공연을 하는 젊은 분들은 왠지 스스로도 어색해하는 모습이 에보리진이 아니고 워홀로 오신 분들 같은 느낌이 드는 공연이었다.


 이렇게 오전 관광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우리를 데리러 온 관광버스를 타고 쿠란다 마을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제일 가까운 크레페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으며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보지만, 비는 멈출 생각이 없고 생각보다 오래 식당에 머무르고 말았다. 장대비가 가랑비로 바뀌면서 우리는 비를 맞으며 쿠란다 마을 구경을 시작해 보았다.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들이 주를 이루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전부리를 파는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아기자기한 골목이 나온다. 일본 주전부리 가게들이 꽤 있고 그곳 주인들이 일본인이기도 해서 문득 쿠란다란 지명이 일본어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만 오지 않았으면 더 잘 구경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쿠란다 시닉 열차를 타러 갔다.

     

아기자기 쿠란다 마을


 기차 티켓은 여행사에서 미리 준비해둬서 이름만 얘기하면 매표소 직원이 친절하게 찾아준다. 멜버른에서 탔던 퍼핑 빌리 기차랑 상당히 비슷한데 다른 점은 고지대에서부터 내려가는 기차라 높은 고도에 아찔하기도 하고 중간중간에 폭포도 볼 수 있어 풍경이 더 훌륭하다. 그러나 비 오는 날씨에 안개가 자욱하여 유명하다는 베른폭포가, 폭포가 보이지 않았다. 슬펐다.      

 오늘의 저녁은 케언즈 라군 근처 바닷가 앞에 자리 잡은 고급져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여행 중 한 번쯤 이런 곳도 들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레스토랑들은 이미 빈자리 없이 빼곡하여 구글맵에 별점이 가장 높은 레스토랑은 못 들어가고 그 옆집에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인파에 깜짝 놀라 혹시 다음날 저녁을 굶게 될까 봐 저녁 식사할 식당들을 미리 예약하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이번 여행은 식비도 많이 들었다. 시드니도 홀리데이에는 추가 차지를 받는 곳이 있지만 모든 식당이 그렇지는 않기도 하고 외식만 하는것도 아니니 특별히 신경을 안 썼는데 케언즈는 관광지라서 더 그런 건지 들어가는 식당이나 카페마다 모두 홀리데이 추가 서비스 비용 15%를 받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바다를 즐겨야 하는 데, 제발 날씨가 개이기를 바라며 케언즈에서의 둘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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