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 주, 이스터 연휴기간에 맞춰 아이들은 Term 1을 마치고 약 2주간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텀을 마치기 2주 전쯤, 드디어 우리 가족은 모두 COVID에 걸렸다. 호주는 그 당시 코비디 양성인 경우 일주일간 자가 격리하며 같이 사는 가족들도 자가 격리하게 되어 있었다. (현재는 가족은 증상이 없으면 격리 제외)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있었지만 매주 1~2명의 확진 학생들이 발생하고 있었고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살짝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드디어 큰아이가 콧물을 줄줄 흘리더니 자가진단키트의 두줄을 보게 되었다.
여행 이야기에 앞서 우리 가족의 코로나 감염 극복기를 잠시 기록하자면, 큰아이는 첫째 날 엄청난 콧물을 흘리고 둘째 날부터 가족 모두가 집안에 격리하게 되었다. 아빠는 재택근무로, 둘째 아이는 자체 방학처럼 되었다. 큰아이는 둘째 날부터 목소리가 쉬고 목이 아프다고 하였고, 셋째 날 둘째가 열이 나기 시작하고 나는 목이 아프면서 코로나 테스트 양성이 나왔다. 그간 큰아이를 자기방에 격리시키고 식사를 방으로 배달해 주었는데 이제 전세가 역전되어 세 사람은 마음껏 집안을 활보하고 아직 정상인인 아빠가 작은방에 격리되어 버렸다.
둘째 아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이틀 동안 고열이 나서 타이레놀과 부루펜 계열의 약을 번갈아 가며 계속 복용해야 했다. 다른 식구들의 경우 약 2~3일 약을 먹었더니 그다지 심하지 않을 것 같아 서서히 약을 복용 안 하게 되었다. 그리고 먼저 걸린 세 사람이 나아지면서 혼자 격리하던 아빠가 슬슬 격리를 소홀히 하더니 코로나 양성이 나와버렸다. 같이 살면서 접촉을 안 하고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크게 심각하지 않게 코로나를 이겨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NSW 주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도 없애버렸다. 우리는 감염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니 왠지 마스크를 하고 다니면 ‘나는 지금 코비디에 걸려있어요’라고 나타내는 것 같아서 살짝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냥 도둑이 제발 저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우리처럼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도 혹시 코로나’하는 의심이 들기도.
다시 우리의 케언즈 여행 이야기로 돌아오면, 4박 5일의 이번 여행에서 비행기와 호텔 비용 이외에 액티비티를 위한 비용이 정말 많이 들었다. 케언즈는 호주의 북쪽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로 유명하다. 당연히 배를 타고 산호를 보기 위한 액티비티가 필수이다. 그러다 보니 배도 예약해야 하고 스노클링 등의 장비도 대여해야 하는데 그동안 여행 취소를 하도 많이 하다 보니 게을러져서 막상 떠나기 직전까지 액티비티에 대한 준비를 하나도 안 했다는. 여행 2주 전쯤 알아보다 보니 이미 배들이 풀부킹으로 나오는 날이 많아 우리가 잘 안 하던 한인 여행사에 연락하게 되었다. 꼭 해야 하는 하루짜리 리프 체험을 예약하고 나니 내가 꼭 가보고 싶은 섬이 있었는데 섬 들어가는 배도 한인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게 되었다. 중간에 피츠로이 섬에 내려주면서 스노클링 장비랑 복장까지 다 대여해 준다고 하는데 우리가 별도로 각각 예약하는 거나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틀은 자동차 렌트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케언즈 관광에 꼭 들어가는 코스 중 하나인 쿠란다 마을 가려니 거리상으로는 자동차로 30분 정도 거리인데 렌트하기도 아깝고 우버를 타고 이동이 가능할까 망설이다가 이 또한 한인 여행사의 하루짜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게 되었다. 비용이 비싸긴 하지만 호텔에서 픽업을 해주는 교통비를 포함하면 뭐 엄청 바가지 쓰는 가격도 아닌 것 같고 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여행 3일을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고 보니 뭔가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또 엄청 편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여행 상품은 한인 여행사에서 케언즈의 대형 관광상품을 예약 대행을 해주는 식이다. 별도로 한국인 가이드를 원하면 그런 상품도 물론 있고 추가 비용이 있다.
드디어 여행 가는 날, 진짜 여행 가는 건지 정말 실감 나지 않았다. 휴가철이 시작되고 뉴스에서는 연일 공항 상황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번 휴가가 주간 이동제한이 없어지고 첫 휴가이다 보니 여행객이 엄청 몰렸다는 것이다. 한 공항 관계자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너무 오랜만에 타다 보니 비행기 타는 법을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며 일일이 설명하고 안내해야 해서 시간이 지체되고 너무 힘들다고 인터뷰했다. 음, 어쩌면 공항 직원들이 그동안 너무 한가하게 있다 보니 갑자기 몰린 관광객에 대처를 잘 못하고 더 금방 피로도를 느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호주 생활하면서 느낀 점은 호주인들은 일보다는 자신의 삶과 여가에 더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결코 스트레스를 받아 번아웃될 정도로 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의 한도는 내가 경험해 온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이런 차이는 어릴 적부터의 학습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같은데 호주 학교에서는 기분이 안 좋은 것도 결석하고 쉬어야 하는 사유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은 어른이 되어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스트레스 상황에 많이 취약하기도 하다. 이런 생각과 행동의 차이, 뭔가 부럽기도 하다
여행 가는 날 신문, 우리가 이 줄안에 있었다
어쨌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서, 우리 비행기는 아침 6시 비행기였기에 우리는 새벽에 우버가 있을까 걱정을 하다가 우버에 예약 기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새벽 3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하였다. 공항에 도착했는데 두둥. 문닫힌 공항은 처음 보았다. 국내선 터미널이라 그런 걸까, 새벽 4시에 오픈이었는데 출입문 앞부터 시작한 대기줄은 이미 약 200미터도 넘어 보였다. 그래도 우린 미리 인터넷으로 체크인도 한 상태고 거의 첫 비행기이다시피 해서 별다른 대기 없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비행기 타기 정말 두근두근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