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제주로 온 지 어느덧 2주 차.
무엇을 해야 도대체 이 시간을 알차고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걸까?
고작 두 달의 머무름이지만, 그 두 달의 시간을 위해 많은 계획을 육지로부터 떠안고 왔던 나였다.
그래서 그런 거였을까. 할 일만 바라보는 제주에서의 2주의 시간은 따분했고, 무료했으며, 이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둘러싸인 아름다운 제주에 와서 감흥이 없고, 현재의 순간을 즐기지를 못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친한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푸념을 쏟는다. 들려오는 말은 “그냥 놀아. 그리고 그냥 울어. 너 첫 독립이잖아 ”.
아 맞아, 나 첫 독립이었지. 지금 오로지 나를 위한 공간과 시간이 준비되어 있는 거지.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고,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가야만 할 것 같았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생산성이 없는 삶은 그저 허무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서른이 된 나는 쉬는 법을 잊은 채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슬프지만, 사실이었다.
조금은 나 자신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어지는 혼자의 시간 동안 소리 내어 울어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가슴 아픈 일도 많이 있었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나의 삶에 무수히 존재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발걸음들을 생각해 보았다.
작고 소중한 발걸음들 중 하나로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했어야 할 일 혹은 해야 할 일들로 쌓인 걱정과 스트레스가 아닌, 투 두 리스트들을 비워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만의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상황에 사로잡혀 현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자연 속에서 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얻기 힘든 기회를 놓쳐버리지 않도록 말이다.
두 번째로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기 사랑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육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나 자신과 교감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늘 누군가와 부대껴 살아야 했고, 크고 작은 복잡한 일들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육지의 삶을 내려놓고 온 제주에서의 두 달의 여정기간에는 잠시 외부와의 배경소음을 끄고, 나에게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나는 어떨 때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혼자서 여행을 훌쩍 떠나기를 좋아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질문을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내면의 나를 서서히 깨워주며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재미있고 소중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좋은 곳을 간들 맛있는 것을 먹은들 무엇하랴.
똑똑함의 참된 기준은 하루하루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이며, 자신을 소중한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곧 자기 사랑은 우리가 투 두 리스트에 적어야 할 가장 첫 번째 목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