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과 제주_한적한 서귀포 여행
맑고 차가운 겨울공기와 시린 겨울 바다가 생각날 땐, 이곳으로 향한다. 빛바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해변과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매력적인 곳. 제주도 언택트 드라이브 코스 형제 해안도로를 소개한다.
산방산과 송악산 사이. 사계 해안을 끼고 있는 형제 해안도로. 온 천지가 바다이기에 해안도로가 많은 제주이지만, 여행자들이 찾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형제 해안도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구간이다. 그렇기에 잔잔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은 코스. 어느 쪽에서 드라이브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형제 해안도로는 전방에 보이는 거대한 산방산과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형제 해안도로는 전체적으로 그리 길지 않은 코스이기에 드라이브를 즐기다 잠시 멈춰 바다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수평선 너머로 만개하는 노을을 보기에도 좋고,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해안가를 산책하는 것도 좋다. 요즘은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든 제주(코로나가 아니더라도)이지만, 가끔 이곳은 지나치게 한가롭다. 백사장을 거니는 사람들도 해안도로를 산책하는 이들도 몇 없다. 그중 절반은 동네 주민들이고, 남은 반은 송악산 둘레길을 다녀온 등산복 차림의 여행자들이기에.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가장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는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일명 '물멍의 시간'.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진 모래사장과 그 위를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곳에 앉아 흘러가는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근래의 일상이 얼마나 바쁘게 흘러갔는지 생각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복잡했던 생각을 비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데,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나면 되돌아가는 길은 한층 가벼워진다.
산방산 -> 형제해안도로 -> 송악산 -> 사계리 마을구경
산방산을 시작으로 형제 해안도로를 거쳐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넉넉히 하루를 잡고 돌아도 좋은 구간이다. 단순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좋고,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도 좋은 코스다. 산방산은 정상을 탐방할 수 없는 산이기에 초입까지만 올라갈 수 있고, 송악산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둘레길을 산책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tip. 산방산은 무료와 유료 주차장이 한 끗 차이다. 안내판 확인은 필수!
형제 해안도로의 매력은 바로 안쪽에 위치한 사계리 마을도 한몫한다. 사계 생활 / 불란서식 과자점 / 사계 사진관 / 사계의 시간 등 마을 골목길 사이로 가볼만한 곳들이 알음알음 자리 잡고 있다. 어딘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소담한 돌담길을 걸으며 조용한 마을을 구경하는 것도 꽤나 재미가 쏠쏠하다.
제주로 이주해 내려와 지낸 지 4년 차. 그리 오래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짧지도 않은 그 시간 동안 관광지, 맛집, 카페, 핫한 스폿을 소개하는 에디터로 지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제주를 여행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아니 자주 질문을 받는다.
"이번에 여행을 가는데 추천해줄 만한 곳이 있을까?"
제주는 여러 번 오가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계절에 따라 소개해주는 코스들이 달라지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른 여행코스를 소개하려 한다. [그 계절과 제주] 시리즈는 제주는 처음이라 어디를 가야 할지 망설여지거나, 혹시 너무 자주 찾아서 더 이상 갈만한 곳이 없다고 느껴지는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 남기는 일종의 여행코스 안내서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