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지혜
-서로
어떤 이, 말한다
내려놓으라고, 그저 비우라고
맞는 말인 거 같은데
자꾸만 헛헛해지는 건 왜일까
그이의 말 뒤로
나무 한 그루 보인다
가지에 달린 반짝이는 초록빛 이파리들
이파리 사이 맺힌 수 없이 많고 작은 열매들
그 무게감을 견디며 빛을 향해 굽은
결깊은 노인같은 나무
나무는 무겁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들을 비워내지 않는다
생명이기에, 빛이기에
찬란한 생이기에
태양빛 가득 쬐고 나면
시린 비바람 한껏 맞고 나면
저 절로 비워질테지
다시 또 들린다
내려놓으라고, 비우라고
그 안에 담긴
체념과 두려움 가득한 가냘픈 떨림들
지나는 바람 한 자락에 날려 보낸다, 그리고
당찬 마음으로 저 그루깊은 나무 앞에 서서
공경을 담아 허리 숙여 깊은 인사 올린다
섭리대로 이루소서
섭리대로 이루소서
채움도 비움도 모두
섭리대로 이루소서
그대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그대를
무엇으로 채우느라
무엇을 비우고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