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筆 라디오 008
나는 남편에게 '과신의 오류'라는 말을 자주 쓴다. 과신 때문에 생기는 오류라는 뜻으로 사실은 남편을 그럴싸하게 몰아붙이고 싶어서 내가 그냥 지어낸 말이다.
조립할 때 쉬워 보인다고 뚝딱뚝딱 만들다가 금방 기껏 조였던 나사를 다시 푸는 일이 생길 때, 건조기에 돌려도 될 것 같아서 돌렸는데 원래 크기에서 반이 되어 나오거나 심하게 이염이 되었을 때. 그럴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그러게 내가 뭐랬어. 너무 자신을 당연하게 믿지 말랬지." 하며 의기양양하게 '과신의 오류'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이케아에서 구매한 아이들 놀이 칠판을 조립하다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쉽게 큰소리를 쳐왔는지 아주 단단히 배웠다. 5단계면 끝날 간단한 가구였는데 한 시간이 꼬박 걸렸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부품들, 나사에 비해 너무 좁은 구멍, 엄지손톱만 한 짤뚱한 나사를 요령 없이 돌리다 보니 칠판 구멍보다 먼저 내 손바닥이 뚫릴 것 같았다.
나사를 몇 번 돌리다 보니 깨달은 게 있었다. 처음부터 힘을 세게 주면 안 되는 거였다. 힘을 빼고 나사가 구멍에 살짝 맞닿은 채, 바르게 돌아갈 방향을 찾아가며 돌려야 했다. 방향을 잡힌 뒤에 비로소 힘을 주어야 했다. 남편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을 텐데, 옆에서 닦달을 하니 안 줘도 될 힘이 많이 들어갔겠구나 싶었다.
이게 바로 내가 앓고 있는 '닦달의 오류'였다. 정작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쉽게 큰소리를 치게 되는 기묘한 오류. 경험의 빈틈을 상상과 판단으로 메우고, 사실은 모르는 일을 너무 잘 아는 것처럼 몰아붙이는 오류. 나는 그걸 모르고 남편을, 또 내가 끝내 알지 못할 누군가를 계속 다그쳐왔다.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달은 사실. '닦달'의 올바른 표기는 다에 기역 받침이 아니라, 쌍기역 받침이었다.
나는 심지어 닦달을 제대로 쓸 줄도 몰랐다.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