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의 묘미는 여행
몇 주만에 글을 쓴다.
사실은 글이 너무 쓰고 싶었다. 남기고 싶은게 너무나 많았으니까.
하지만, 노트북을 가져갈 수 없었다. 공항에서 노트북을 소매치기 당한 경험때문에 여행을 갈 때는 절대 노트북을 가지고 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런치에는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글을 남기는게 나에게는 소소한 힐링이기 때문인지 핸드폰으로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손가락과 눈이 너무 아프기도하고.
그 동안 무엇을 했냐면, 2주 동안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 있었다.
부활절 연휴를 이용해 앞뒤로 수업을 빠지고 여행을 갔다.
이번 여행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을 조금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원래 인간관계에 미련이 없다.
떠나갈 인연은 그대로 둔다. 내 인간관계에는 선이 한개 있는데, 그 선을 넘기 전까지는 아무런 티를 내지 않는다. 조금은 어색하게 지낼지라도. 하지만, 선을 넘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SNS 친구목록부터 정리한다. 아무리 친한관계에서라도 말이다. 물론 친한정도에 따라서 선의 위치는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스쳐지나가는 인연에는 미련이 하나도 없다. 어차피 오늘만 보고 안만날 것이 분명하니까.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그리고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으려한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다. 하지만 살다보니 좁은 인간관계가 나에게 더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굳이 넓히려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연락처 공유를 하게 되면, 나는 내 연락처만 준다. 받지 않고. 내 카카오톡 친구가 스쳐지나갈 인연으로 늘어나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스쳐지나갈 인연은 친구로 추가하지 않고 연락만 주고 받는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내가 꽤나 예민하고, 꽤나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생각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 인간관계에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은 유독 달랐다. 나답지 않은 모습이 튀어나와 나조차도 놀란 순간이었달까
첫 도시는 비엔나
둘째날부터 같은 방을 쓰게 된 언니들과 친해져 저녁도 같이 먹고, 맥주도 같이 마셨다.
우연히 같은 날 모두가 잘츠부르크로 향했는데, 한 언니는 나와 같은 민박집이고 다른 언니는 우리 민박집 윗층의 민박집이었다.
우리는 또 잘츠부르크에서 맥주를 마셨다.
나는 원래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런 나를 멈추려고 했다. 누군가는 나를 바보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자석을 수집하는 언니가 비엔나 자석을 사지 못하고 잘츠부르크로 갔다는 것을 알고, 비엔나 자석을 사서 만났다.
유독 나답지 않은 순간이었다.
다음 도시는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는 내 인생도시가 되었다.
도시 자체도 너무 좋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유독 좋았다.
여행이 끝나고도 연락을 주고 받고, 만나자는 말이 매일 오고 가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다는 생각 뿐이다.
보통의 나라면 이것은 오로지 여행에서 만난 스쳐지나 가는 인연이라고, 만나자는 말은 예의상 건네는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을텐데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정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디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나에게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은 참으로 반갑지 않은 일이다. 보고싶다는 말을 건네는 것도 모르는 척 하고, 먼저 연락하는 법도 모르는 척 하는 소극적인 나와 꾸준히 알아간다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까다롭고 어려운 일인데 매일같이 나에게 만나자고, 보고싶다고, 그립다고 해주는 짧게 만났지만 소중하게 남은 이 인연들이 참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