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내 감정을 나 자신에게서 숨긴다. 대게 ‘질투’라던가 ‘이기심’ 같은 감정이 그런 류인데, 이는 내가 이런 부류의 감정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주할 자신이 없다. 나는 내 밝고 판판한 모습이, 구김 없는 긍정적인 내 모습이 좋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그런 나의 모습을 좋아할 테니까. 그래서 그런 속 좁은 감정들은 어딘가에 꾹꾹 쑤셔 박아두고 싶은 감정들이다. 꽉 채운 서랍장에서 뒤편으로 넘어가거나 걸리는 잡동사니처럼 이런 감정들도 가끔 넘치다 예상치 못한 어느 순간에 터져 나온다.
그래서 이따금 그런 생각을 했다. 나의 눅진한 감정들을, 오래된 기름같이 냄새나고 찐득한 감정들을, 비누로 빡빡 씻고 싶은 그런 감정들을 어디 뭉쳐두고 싶다고. 그렇게 뭉쳐진 감정의 응어리들이 열매가 되고 시간이 흘러 때가 되면 누가 깔끔하게 수확해준다면 혹은 자연스럽게 원래 그런 열매는 없었던 것처럼 떨어져 버린다면. 그렇게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이미 내 감정의 순환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한 상처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역시나 시간이 해결해 준 상처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처인 일도 있지만 그때는 상처였던 것이 지금은 상처가 아닌 경우도 있다. 작년만 해도 오랜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로 끙끙 앓았던 일들이 지금은 새로운 인연들을 위한 과정이었다 생각되는 것처럼. 이미 내 마음속 세상 어딘가 감정의 과수원이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