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페이지

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by 서주운

만년필과 잉크, 종이까지 갖추고 불렛저널을 이용해 글을 쓸 시간까지 찾아 글을 쓰려고 앉았음에도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있다. 무엇을 쓰면 좋을지 어떻게 쓰면 좋을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짓눌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닝 페이지를 쓴다.


모닝 페이지는 줄리아 카메론의 책 『아티스트 웨이』에 나오는 개념이다.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에서 카메론은 자신 안에 내재된 창조성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모닝 페이지를 써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모닝 페이지를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카메론은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도 창조성에 목마른 사람은 누구든 모닝 페이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이 행동을 계속하다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2023년 4월 20일에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카메론은 모닝 페이지를 매일 쓰기를 권했지만 매일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모닝 페이지를 쓴 날보다 쓰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오늘(2024년 9월 26일)까지 526일 중 176일 모닝 페이지를 썼다. (33.5%. 안 쓴 날이 굉장히 많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최고 통산 타율 정도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176일 동안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무언가 달라진 것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할 말을 찾기는 어렵다. 달라진 점은 잘 모르겠지만 모닝 페이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평생 할 것 같다. 모닝 페이지를 쓰지 않는 날이 다시 많아진다고 하더라도.


매일 글을 써야만 한다는 마음이 있다. 그랜트 스나이더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의 차이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글을 쓰려는 생각만 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하루라도 더 작가로 살고 싶다. 그래서 하루라도 더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명확한 하나의 이야기를 매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모닝 페이지를 쓴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으면 조금은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항상 쓰다 말다를 반복했지만 이번에야말로 매일 모닝 페이지를 쓰자는 다짐을 다시 또 해본다.



250913_MP01.jpg 그랜트 스나이더의 만화


250913_MP02.jpg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날의 모닝 페이지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임지호 옮김, 경당, 2003.

그랜트 스나이더, 『책 좀 빌려줄래?』, 홍한결 옮김, 윌북,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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