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독서가 조금씩 유행이라고 한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 큰 동력이 되었다고도 하고 경제가 위축되면서 사람들이 돈이 덜 드는 취미를 찾는 것이라고도 한다. 아무렴 어떨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팀에 들어온 신입은 최근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는 친구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무언가를 읽고 있다는 사람이 많다.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좋다. 이런 흐름과 함께 필사도 조금씩 유행인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필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필사를 위한 책들도 종종 눈에 띈다.
필사는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글쓰기가 막혀있을 때 산책하는 마음으로 무언가를 쓸 수 있는 일이고, 좋은 문장들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종종 필사를 한다. 주로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원고지나 낱장 종이에 옮겨 쓴다. 윤동주, 한용운, 셰익스피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산문을 필사하는 일은 드물다. 산문은 대부분 시보다 길어서 전문을 옮겨 적으려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가끔 아주아주 좋아서 기억해 두고 싶은 문장을 만나면 그 부분만 원고지에 적어본다.
필사는 문장을 영혼에 새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글을 묵독할 때에는 문장이 빠르게 흘러간다. 집중하지 않으면 여러 개의 단어들이 이어지며 만들어낸 문장은 어렴풋한 인상만을 남기고 명확한 형태는 다음 문장의 시작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필사는 다르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속도는 눈으로 글을 읽는 속도보다 한없이 느리다. 한 단어를 적는 동안 그 단어를 한 글자 한 글자 틀리지 않고 적기 위해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그 단어를 되뇐다. 종이에 적은 글자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읽어본다. 인쇄된 글을 눈으로 훑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행위다. 필사는.
<성공 명언 필사> 같은 제목을 가진 책을 보면 슬프다. 필사할 문장은 스스로가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 영혼에 새겨진 문장을 없애거나 덮어쓰는 일은 쉽지 않다. 필사가 유행하는 것은 흐뭇한 일이지만, 마음속에 새길 글을 신중하게 고르면 좋겠다. 필사는 마치 타투와 같아서 새기는 것도 힘들지만 새길 때보다 지울 때 더 아프고, 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