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 여행

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by 서주운

일상에서는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집필 여행을 떠난다. 글을 쓰기 위해 떠나는 여행.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어딘가 먼 곳의 호텔에 오래 머물며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탈리아의 섬 시칠리아에서 한 달 동안 살면서 상실의 시대를 썼다고 한다.


나도 일상에서 벗어나 오직 글만 쓰겠다는 다짐을 하며 몇 번의 집필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첫 번째가 2020년 전남 부안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이전부터 집필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디로 가면 좋을지 몰라 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에어비엔비에서 안도현 시인이 때때로 와서 글을 쓰고 간다는 소박한 방을 발견했다. 여기구나 싶었다. 내려가는 날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있었고 예보대로 중간에 어마어마한 폭우를 만났다. 첫 집필 여행을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긴 폭우를 뚫고 도착한 곳은 조용한 바닷가 마을이었다. 도착하니 날이 맑게 개어서 이곳이 나를 반겨주는 것만 같았다. 1인실로 꾸민 작은방에는 소박한 샤워실 겸 화장실이 붙어 있었고 한편에는 조금 불편한 침대가, 반대편에는 간소하지만 튼튼해 보이는 책상과 의자가 꽤 널찍한 창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었다. 완벽한 방이었다.


그 방에서 나는 4박 5일을 머물렀다.

도착한 첫날과 떠나는 마지막 날을 제외한 삼일 동안 아래와 같은 일과표를 얼추 지키며 지냈다.


7:00 아침 산책

8:00 씻기

9:00 아침 식사

10:00 글쓰기

12:00 독서 혹은 명상

13:00 점심 식사

15:00 산책

16:00 글쓰기

18:00 세상과 소통

19:00 저녁 식사

19:30 씻기

20:00 독서 혹은 명상

21:00 취침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내가 머물던 펜션은 마을 한쪽 구석에 있어서 마을을 돌아보고 오기에 꽤나 적절한 위치였다. 빠르게라면 한 바퀴를 도는 데 20분 정도 걸리려나 싶었던 소박한 마을. 작은 집들이 여러 채 있었고 어떤 집에는 강아지가 어떤 집에는 닭이 있었다. 아침마다 들리던 닭 우는소리와 밤마다 들리던 강아지 짖는 소리가 너희들이었구나 생각했다. 집 사이사이에 작은 고추밭과 옥수수밭도 있었다. 마을회관 앞에 평상이 있고 평상 옆에 나무가 있는 그런 시골 마을이었다. 아침으로는 펜션 주인분이 만들어주는 신선한 샌드위치와 원두를 직접 갈아서 내려주는 커피를 먹고 마셨다. 점심은 차를 타고 식당이 있는 조금 더 큰 마을까지 가서 사 먹었고 저녁은 냉장고에 보관해 둔 야채와 과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아침저녁은 펜션에 있는 작지만 근사한 테라스에서 먹었는데 서해 바닷가였기 때문에 매일 저녁노을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매일 네 시간씩 책상에 앉아 때때로 창밖을 내다보며 글을 썼다. 마지막 날 첫 소설의 초고를 완성했다. 원고지에 쓴 그 초고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여러 번 초고를 고쳤다. 고치고 또 고쳤다. 5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고치고 있다. 이제는 어쩌면 나는 이 이야기를 완성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그래도 매년 올해의 목표에 소설 완성하기를 적으며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올해야말로 탈고라는 것을 해보겠다고.


250913_JW01.jfif 4박 5일 머물렀던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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