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당연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등 알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글 쓰는 방법을 언제 배운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배웠고 어떤 훈련을 했는지 돌아보고 싶어졌다.
대한민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으며 쓰는 법에 대해서 배운 것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곰곰이 생각해 봐도 특별히 배운 것은 없는 것 같다.
분명, 쓰는 것과 관련된 교과과정은 있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중학교 때에는 ‘국어’를 배웠고,
고등학교 때에는 ‘문학’을 배웠다.
하지만 교과서를 공부하며 제대로 된 글을 쓴 기억이 없다. 교과서가 내게 요구한 글쓰기는 줄거리 요약하기나 한 문장이면 충분한 주관식 답변 정도였다. 배운 것은 대부분은 객관식 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이었다.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는 배운 적이 없다.
글쓰기를 처음 배운 것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였다. 대학생 때 어학연수를 위해 일 년 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거기에서 커뮤니티 컬리지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문대학에 준하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지냈다. 내가 다닌 컬리지를 포함한 미국에 있는 많은 학교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수업(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이 있다. 많지 않은 ESL 수업 중에서 고른 것이 영작문(English Composition)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서 나는 처음으로 글쓰기를 배웠다. 이때까지 나는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한국에서 20년을 살면서 글쓰기도 방정식 풀이처럼 배울 수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한 순간도 하지 못했다. 글은, 재능이 있는 사람이 배우지도 않고도 술술 쓰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이 영작문 수업의 교재는 The St. Martin’s Guide to Writing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전공책을 대부분 미련 없이 버렸는데 전공책도 아닌 이 책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챗지피티에 따르면 많은 대학에서 1년 차 작문 교재로 사용하는 책이라고 한다. 대학 교재답게 방대하고 딱딱하지만 그럼에도 언젠가는 완독 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사건에 대한 글쓰기, 인물에 대한 글쓰기, 개념 설명하는 글쓰기, 해결책을 제안하는 글쓰기 등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글쓰기 방식들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런 글을 직접 써 볼 수 있게 안내해 준다. 각각의 구성은 비슷한데, 인물에 대한 글쓰기를 예로 대강의 구성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인물에 대한 글이란 어떤 글인지 설명하며 시작한다. 이어서 인물에 대한 글 네 개가 예문으로 나온다. 예문은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이다. 어떠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것과 비슷한 글들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이 예문에서 사용한 기법들에 대해 설명한다. 외형 묘사하기, 이 사람의 특별한 점 설명하기, 이 인물의 일화 소개하기 등 구체적으로 따라 써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매 수업마다 15분 정도 실제 글을 쓰는 시간이 있었다. 짧은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충분했다. 처음부터 완성된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첫 시간에는 외형 묘사만 한 문단을 쓰고 다음 시간에는 일화를 한 문단 쓰는 식이었다. 문단 하나를 구성하는 문장 다섯 개 정도는 15분 안에 충분히 쓸 수 있었다. 천천히 벽돌을 굽듯 간단한 문단들을 계속해서 썼다. 충분히 많은 문단들이 모인 뒤에야 벽돌로 담을 쌓듯 적절한 순서로 문단을 배치했다. 그다음 미장을 하듯 부자연스러운 문단 사이가 자연스러워지도록 연결 부위를 고쳤다. 글의 시작과 끝은 가장 마지막에 썼다. 여기에서 완성이 아니었다. 건물의 안전점검을 하듯 다 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보고 고쳐 쓰는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글쓰기가 끝났다.
요즘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이 대부분 이때 배운 것 아닐까 싶다. 쓰고 싶은 주제가 떠오르면 그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작은 이야깃거리를 찾아 떠오르는 것들을 조금씩 써 본다. 어떤 이야기는 쓰다가 막히지만 어떤 이야기는 제법 그럴듯한 문단을 완성할 정도가 된다. 한 문단을 채울만한 이야깃거리만 남기고 나머지 작은 이야깃거리들은 미련 없이 버린다. 그렇게 걸러낸 문단들을 이런저런 순서로 나열해 본다. 가장 마음에 드는 배열을 정하면 이어지지 않는 부분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고쳐준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비슷한 무게가 되도록 문장을 더하거나 뺀다.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몇 차례 씩 다시 읽어보며 고치고 싶어지는 부분을 고친다. 이게 내가 처음 배운 글쓰기 방법이다. 혼자서 꾸준히 훈련해 온 방식이다.
Axelrod, Rise B., Charles Raymond Cooper, and Rise B. Axelrod. The St. Martin's guide to writing. St. Martin's Press,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