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테이 – 책방 시점

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by 서주운

작년 초, 겨울 끝자락에 책방 시점에서 북스테이를 했다. 북스테이는 말 그대로 서점(book)에서 숙박(stay)을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충북 괴산에 있는 숲속작은책방에 대한 소개글을 통해 북스테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시골 숲 속에 있는 책이 빼곡한 작은 책방에 대한 이야기와 책방 건물에 딸린 다락방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지방이었지만 나름 도시에서 자라서 아파트에서만 생활을 해 본 나에게 다락방이란 소설에서나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책이 가득 찬 다락방을 내 공간처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동화적으로 다가왔고 언젠가 북스테이를 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며 한동안 북스테이에 대해서 잊고 지내다가 집필여행 겸 멀지 않은 곳에 하루만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북스테이가 떠올랐다. 먼저 알아본 곳은 파주 헤이리마을의 모티프원과 지혜의 숲과 붙어있는 지지향이었다. 워낙 유명한 곳들이고 근사해 보였지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두 곳 다 방 설명에 2인 기준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둘을 위한 방에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내키지가 않아서 1인실이 기준인 곳을 찾아보다가 발견한 곳이 책방 시점이었다. 강화도에 있는 시점이라는 이름의 작은 독립 서점. 작은 방, 큰 방, 다락방 세 개가 붙어있는 곳이라고 했다. 기준 2인이라는 문구 없이 1인 숙박 시 요금과 2인 숙박 시 요금이 쓰여 있을 뿐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강화도는 몇 번 가 봤지만 서울과도 가깝고 전에는 관광을 하러 가서인지 내가 머무를 곳이 한적한 동네일 것이라는 기대는 특별히 없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운전을 해서 도착한 곳에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수확을 마친 밭인 것인지 그냥 공터인 것인지 모를 넓은 부지에 하얗고 정갈한 이층짜리 건물이 장난감처럼 서 있었다. 건물 뒤편에 주차를 하고 들어선 서점은 생각보다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작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벽면을 따라 나무로 만든 책장들이 늘어서 있었고 가운데에 있는 길고 커다란 책상의 한 구석에도 책들이 놓여있었다. 체크인이 오후 3시부터였고 나는 3시가 조금 지나서 책방에 도착했다. 서점 운영이 오후 5시까지여서 아직 손님들로 복작복작했다. 책장 앞에 서서 책을 훑어보는 손님.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손님. 손님들 너머로 보이는 맞은편 벽면에 하얀 문 두 개가 있었다. 그중 오른쪽 방이 내가 예약한 방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익숙한 향이 났다. 교보문고 향이었다. 책들을 봤을 때보다 더 서점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밖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돌아와 보니 손님들은 모두 돌아가고 차분한 공기만 서점을 채우고 있었다. 글을 쓰러 왔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서점을 둘러봤던 것 같다. 손님 없는 서점을 돌아다니는 기분이 새롭고 좋았다. 시간 여행으로 한밤중에 필드 박물관에 떨어진 다섯 살 헨리가 된 것만 같았다. 구경을 마치고 커다란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잘 써지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잘 써지지 않을 때와는 달리 마음이 편안했다. 뭐라도 시도해 봤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다음날 사장님은 같은 책상에 아침을 차려주셨다. 커피와 빵, 과일과 샐러드였다. 소박하지만 포근한 메뉴였다. 결국 글은 거의 쓰지 못하고 체크아웃을 했지만 언제든 또 와서 마음껏 글을 쓰다 가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숨겨둔 비상금같이 아끼고 싶은 공간이다.



책방 시점: https://blog.naver.com/seejum

모티프원: https://www.motif1.kr

지지향: https://www.jijihyang.com

숲속작은책방: https://blog.naver.com/supsok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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