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2019년에 마루야마 겐지의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를 읽고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소설 쓰는 방법을 어디에서도 배운 적 없이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혼자 글을 쓰면서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정표가 필요했다. 주변에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책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이것저것 찾아 읽기 시작했다.
여러 책을 훑어보던 중에 존 위너커가 엮은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이란 책과 만났다. 이 책은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었다. 작가들이 했던 글쓰기에 대한 조언들을 엮은 책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버지니아 울프, 찰스 디킨스를 포함하는 서른 명이 넘는 저명한 작가들이 글 쓰는 습관이나 기법, 요령, 원칙 같은 것에 대해 한 말들이 모여 있었다. 수많은 조언을 읽으며 내가 깨달은 것은 훌륭한 작가라고 해서 모두 같은 조언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같은 것에 대해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 헨리는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쓰라고, 도널드 바셀미는 가장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서 쓰라고 조언했다.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자신이 아는 것을 쓰라고 했지만, 켄 키지는 아는 것을 쓰라는 것만큼 바보 같은 가르침이 없다고 말했다. 윌리엄 트레버는 작가는 인물의 내면에서 그를 교묘히 다루어야 하며, 그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고, 서머싯 몸은 자신이 쓰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결코 충분히 알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일관된 조언을 찾는 편이 몇 배는 더 어려웠다. 서로 어긋나는 수많은 조언들 속에서 모든 작가가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를 두 가지 찾을 수 있었다.
많이 쓸 것, 그리고 많이 읽을 것.
누구나 생각할 법한 이 두 방법만이 진리였던 것이다. 이 두 가지 원칙을 마음에 품고 항상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했을 때 자연스럽게 생긴 질문이 있었다. 얼마큼 써야 많이 쓰는 것일까? 그리고 얼마큼 읽어야 많이 읽는 것일까? 나는 본성이 연구자인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가지고 싶었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겠지만 뭐라도 근거가 있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싶었다. 쓰는 것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지표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읽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객관적인 지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년마다 성인과 학생의 독서율, 독서량 등을 조사하여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한다. 2023년 보고서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0명 중 57명이다. 1년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다면 벌써 상위 43%에 든다. 6권 이상 읽는다면 상위 22%, 11권 이상 읽는다면 상위 10%, 15권 이상 읽는다면 상위 5.5%, 21권 이상 읽는다면 상위 3.6%다. 내가 기준을 세우려고 했을 때 본 최신 조사 결과는 2019년 보고서였다. 당시에는 1년에 21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이 상위 10% 정도였다. 적어도 상위 10% 안에는 들어야 많이 읽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고 매년 적어도 20권씩 책을 읽기로 정했다. 우리나라의 독서율과 독서량은 이후로 계속 줄어서 기준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1년에 20권은 읽어야 턱걸이로라도 책을 많이 읽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얼마나 읽어야 할까에 대한 기준은 정했으니 무엇을 읽어야 할까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특정한 형식의 글을 잘 쓰려면 그것과 같은 형식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잘 쓰고 싶다면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하고 에세이를 잘 쓰고 싶다면 에세이를 많이 읽어야 한다. 에세이 중에서도 여행기를 잘 쓰고 싶다면 여행기를, 서평을 잘 쓰고 싶다면 서평을, 회고록을 잘 쓰고 싶다면 회고록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단순한 법칙이다. 자기 계발서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소설 쓰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부동산투자서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여행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잘 쓴 글을 적어도 하나는 읽어야 한다. 좋은 글을 하나라도 읽어두면 나중에 엉망진창인 글을 읽어도 앞서 읽은 좋은 글과 비교하며 배울 점이 있지만 잘 쓴 글은 하나도 읽지 않고 엉성한 글만 읽으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알 방법이 없다.
다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성인 중 72%가 스스로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책을 충분히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도 안 된다. 상위 5%에 들어가는 건 어떤 분야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매년 한 해도 빠짐없이 이 5%에 들고 싶다.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성실하고 꾸준하게 지키고 싶다.
마루야마 겐지,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 2019.
줄리언 반스, 커트 보니것, 스티븐 킹 외 지음, 존 위너커 엮음,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한유주 옮김, 도서출판 다른, 2017.
문화체육관광부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http://www.mcst.go.kr/site/s_policy/dept/deptView.jsp?pSeq=1776&pDataCD=0406000000
문화체육관광부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http://www.mcst.go.kr/site/s_notice/notice/noticeView.jsp?pSeq=1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