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매주, 한 번, 한 시간 정도 쓰는 걸 목표로 했었다. 월요일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그 길로 다시 원고지와 만년필만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주로 카페에서 글을 썼는데 정해둔 곳을 매번 가기보다는 되도록 가보지 않았던 카페에 가려고 여기저기 새로운 곳을 열심히 찾아갔었다.
최근에 집에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서 그때 나는 왜 항상 집이 아닌 카페에서 글을 썼는지 돌이켜봤다. 수년 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던 기억이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떠올랐다. 당시 나는 『슬픔의 위안』이라는 책에 나오는 조언을 철석같이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카페로 가라.
되도록이면 자주 찾는 카페는 피하라.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서 고통스러울 만큼 정직한 말을 써라.
마라스코와 셔프 덕분에 나는 수많은 카페에서 글을 썼다. 그리고 글쓰기에 적합한 카페란 어떤 곳인지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글 쓰기 좋은 카페의 필요조건
1. 책상과 의자가 흔들리지 않는 곳 (가장 중요)
2. 테이블 높이가 글쓰기에 적당한 곳
3. 테이블 간격이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곳
4. 등받이 의자가 있는 곳
5. 너무 소란스럽지 않은 곳
흔들리는 테이블에 기대서 5분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바닥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는 테이블과 의자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안다. 수평이 맞지 않아 팔에 힘을 줄 때마다 흔들리는 테이블은 재앙이다. 내가 이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사태가 중대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조건은 다른 조건들처럼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알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 들어선 가게를 대강 훑어보고는 잘 못 들어온 것처럼 얼른 다시 나온 경험은 얼마간 있다. 하지만 처음 온 카페에서 자리를 정하고 의자에 앉아 테이블에 기댄 뒤에 그 의자와 테이블이 흔들리고 있어도 다시 일어서서 가게를 빠져나와 본 적은 없다.
테이블 높이도 당연히 중요하다. 소파와 커피 테이블로 좌석을 채우는 카페가 종종 있는데 이런 곳에서 글을 편하게 쓰기는 힘들다. 글쓰기에는 식탁과 비슷한 높이가 적당하다. 테이블 모양은 개인 취향일 수 있지만 나는 사각형 테이블을 선호한다. 내 경험 상 같은 2인용 테이블이라면 사각형 테이블의 면적이 원형 테이블의 면적보다 넓은 경우가 많다. 면적이 넓을수록 그 위에서 더 자유롭게 이것저것 쓸 수 있다.
테이블 간격은 기지개를 켜도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의 눈총을 받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다. 이디야, 컴포즈, 메가커피 같은 곳은 내 기준으로 봤을 때 모두 테이블 간격이 너무 촘촘한 편이다. 이런 곳은 아무리 집에서 가까워도 글을 쓰러 가지는 않는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집을 나설 때는 한 시간 이상 앉아있다 올 각오를 한다. 종종 두 시간이 넘을 때도 있기 때문에 허리 건강을 위해 반드시 의자에는 등받이가 있어야 한다.
적당한 소음은 집중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해야 한다.
추가로 필요조건까지는 아니지만 커피와 디저트가 맛있는 곳이면 더 좋다.
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카페는 카페 천국인 서울에서도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발견한 곳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문래동에 있는 킷사텐이고 하나는 영등포구청에 있는 앤티크커피다. 계속 운영해 주시는 사장님들이 고맙다. 부디 내가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영업난에 부딪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 『슬픔의 위안』, 김설인 옮김, 현암사, 2012.
킷사텐 문래점: 서울 영등포구 문래로 164 1층 F05호
앤티크커피 영등포구청점: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29길 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