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미국의 대표적 전문직 취업비자 H-1B를 사실상 봉쇄하는 조치 때문이다. 트럼프는 H-1B 수수료를 기존 100달러에서 무려 10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로 인상하겠다는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겉으로는 미국 내 일자리 보호와 자국민 우선 고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전문 인력 유입을 대폭 줄이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H-1B 비자는 매년 글로벌 기업들이 첨단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제도다. 특히 IT·공학·과학 분야의 인재들이 주로 이 비자를 통해 미국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고액의 수수료를 감당하기 힘든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조차 신규 채용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글로벌 인재들이 미국 대신 캐나다, 호주, 유럽 등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를 ‘골드카드’라 이름 붙이며, 내야 할 돈만 있다면 영주권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곧 “돈 없으면 기회도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과거 ‘아메리칸 드림’이 노력과 재능을 바탕으로 한 기회의 나라를 상징했다면, 이제는 거액을 지불한 자만이 문턱을 넘을 수 있는 배타적 시스템으로 변질되는 셈이다.
이번 정책은 미국 내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고, 세계 인재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트럼프의 결정은 단기 정치적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미국의 핵심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모순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