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는 유난히 따뜻한 돈의 흐름이 생겨나는 시기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사이로 웃음과 인사가 오가고, 아이들의 손에는 두둑해진 세뱃돈 봉투가 하나둘 쥐어진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그 용돈을 단순히 ‘저축’이 아닌 ‘투자’의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금 금리가 여전히 연 2%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주식과 펀드를 경험해 본 부모들이 복리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는 것보다, 불리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는 걸 아는 세대다. 예를 들어 월 10만 원씩만 꾸준히 투자해도 20년이면 원금 3000만 원이 복리로 불어나 6000만 원이 된다. ‘시간을 아군으로 만드는 투자’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제 남은 건 실행이다. 자녀의 미래를 위한 첫 투자라면, 우선 자녀 명의의 주식계좌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식뿐 아니라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채권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는 10년간 2000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자금을 이전할 수 있다. 태어나자마자 2000만 원, 11살이 되면 또 2000만 원을 증여해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실제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미성년자 배당소득자는 2018년 18만 명에서 2023년 84만 명으로 급증했다. 자녀 명의로 일찍 투자 계좌를 만들어두고 꾸준히 금융상품을 담는 부모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이 좋을까. 자녀의 투자 목적은 단기 수익보다는 ‘성인이 될 때까지의 시간’을 버텨내는 장기 투자에 있다. 자연히 우량주 중심의 안정적 상품이 유리하다. 그중에서도 ETF는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유동성이 좋고, 1주만 사도 지수 구성 종목 전체를 조금씩 담는 효과가 있어 분산투자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미국 대형기업 중심의 ‘S&P500 ETF’나 ‘나스닥 100 ETF’는 대표적인 장기 투자 종목으로 꼽힌다. 이 상품은 알파벳,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 골고루 투자한다.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 리스크를 줄이면서 인공지능(AI) 상용화 이후의 장기 성장 흐름을 함께 타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미국 빅테크의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선택지는 배당형 ETF다.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는 매달 15일 주당 48원의 월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10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매달 4만 8000원, 연간 48만 원의 배당 수익이 생긴다. 그 배당금을 다시 투자에 보태면 복리 효과는 더욱 커진다. 아이의 용돈이 단순한 소비로 흩어지지 않고, 스스로 불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시작의 시점’이다. 세뱃돈 봉투 속의 작은 돈이, 언젠가 자녀의 첫 월급보다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 돈의 크기보다 시간의 힘을 믿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