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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ahn Sep 03. 2019

2019년도 상반기 취준을 마치며

두서없는 일기

어제 MBN 수습 PD 최종 탈락으로 나의 2019 상반기 취준이 끝났다.

상반기를 결산해보면 총 3개 회사에 최종 탈락했다.


4월 MBC충북 수습PD 최종 탈락

7월 경기콘텐츠진흥원 일반행정 최종 탈락

9월 MBN 수습PD 최종 탈락


1. 자체 진단

필기 탈락만 하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최종 면접까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내가 필기를 통과하는 건 온전히 상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상식 부문에서 남들보다 조금 앞서고, 글은 그럭저럭 쓰니까 통과시켜준다.


논술, 작문은 누군가에게 배운적없기 때문에 체계가 없다. 그저 나의 생각을 조금 표현하는 정도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 몇 권 읽고, 잘 쓴 글 찾아 보고 비슷하게 쓰기 위해 몇 번 써보고 훈련한게 전부다.


인적성은 잼병이다. 시험 본 80%가 통과했던 지난해 GS SHOP 필기를 제외하면

기업 인적성은 한번도 통과해본적 없다. 항상 수리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면접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고쳐야할 점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이번 채널A A클립을 찍으면서 내 모습을 보게 됐는데 입만 움직이고 눈은 찌릿한

상태로 가만히 있더라. 진정성이 느껴질리 없다.


대학 다닐 때부터 항상 발표 스킬이 아쉬웠다.

운이 좋아 스피치학원를 통해 이미지메이킹 수업을 듣게 됐다.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일단,굉장히, 다시> 라는 많이 쓰더라. 나도 몰랐었다.

이 수업을 통해 연습한 것이 이번 MBN 실무면접에 통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2. 왜 방송 PD가 되고 싶나?

나는 올해까지만 방송사 시험을 보고 그만둘 생각이다. 주변에도 꾸준히 그렇게 이야기해왔다.

29살이 되는 해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 취업 실패는 실패로 받아들일 것이다.


요즘은 왜 방송PD가 되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주변에 물어봐도 TV 방송을 본다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앞으로도 하향세를 쭉 탈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는 사람이 많다. 요즘 워크맨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나.

방송을 봤다는 사람 중 열에 여덟은 방송 클립을 본 사람이다. 심지어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28살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본방사수는 호텔델루나 정도는 되야 통하는거다.

여전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중에 가장 큰 물에서 노는 사람은 지상파, 종편,CJ 공채 PD라고 생각한다.

미디어 산업을 보는 시각이 좁은 것을 인정한다. 산업적으로 바뀌는 것이지 개인의 진로는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겠다. 지상파, 종편, CJ 출신 PD를 높게 쳐주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분야도 결국은 그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남지 않을까.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다. 그 그룹에 끼고 싶다는 것이 나의 가장 솔직한 마음이자, 단기적인 목표다. 선배들에게 물어봤을 때, 큰 회사에 들어가서 그 시스템을 배우고 나와 자신만의 브랜드를 쌓아가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게 전부다. 장기적으로는 먹고 살만한 수익을 내는 나만의 스튜디오를 만드는 게 꿈이다.


장기적으로는 솔파같은 환경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솔파같은 환경을 갖춘 사람이란, 자기 스튜디오를 가지고 자기가 기획한 콘텐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대중들이 많이 봐주면 더 좋겠다.


항상 그렇듯이 계기를 만드는 게 어렵고, 한 발을 내딛는게 어렵다.

탈잉에서 그의 유튜브 콘텐츠 기획 수업을 들었다. 생각보다 체계적이어서 배울게 많았다. 콘텐츠 기획을 구조화하는 과정이 인상깊었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직접 실행하는 것은 배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일을 하지 않던 사람이 의욕만 가득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스키 기초반을 방금 뗀 사람이 상급에 올라가는 것과 같다. 넘어지고 구르면서 잘 타게 될 수도 있지만, 크게 다치거나 스키를 포기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도 나처럼 방송사 취업을 준비할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방송사 취업보다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도전을 먼저 했다. 자기 콘텐츠를 만드는 데 실패하면 방송사 취업에 도전하겠다는 얘기는 솔직히 조금 충격적이긴 했다. 나에겐 전부인 것인 그에겐 3순위 정도 됐다.


작은 회사에서 실력을 쌓아서 경력 PD로 가고자 하는 생각은 못하나?

아주 간단하게 답하자면, 옥석을 가리는 게 너무 힘들다. 어떤 회사가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인지 겉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그나마 포트폴리오가 명확한 회사에 지원하곤 한다. 그나마도 공채 준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해 지원을 재고한 적도 많다.


거기에 불투명한 미래도 포함됐다. 예전엔 선배들이 다른 직군과 달리 방송국 PD는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큰 회사로 가는 일반적인 경력 채용 코스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실제로 겪어본 적도 없지만, 지레 겁먹고 뛰어들지 않았다.


수입이 없었던 기간이 2년 정도 지나다보니, 스스로 바보가 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그런 나의 잡생각을 어느 정도 지워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쓰는 것들이 결과물로 남고, 그것을 사람들이 봐주는게 좋다. 오히려 학교 다닐 때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현실의 나는 비참하다. 하루가 다르게 격동하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머리 속으로 상상하고 글로 뱉어내는 것 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일제강점기 타협주의 지식인 같다. "일단 힘을 갖추고, 나중에 힘을 찾은 후에, 그때 대항합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속국 상태에서 어떻게 힘을 갖출 수가 있겠나. 무력한 스스로의 모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적당히 상상하고 생각없이 뱉은 말일 뿐이다.


3. 끝, 그리고 다시 시작

학교에서 방송 포맷 수업을 들으면서 기획에 재미를 느꼈다. 제작도 4년간 해와서 남들보다는 익숙하다.

내가 쓴 기획안을 주변에 보여줬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 걸 보면 콘텐츠 기획에 재능도 있다.  


나는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명확한 사람이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재미 없는 일은 전혀 집중하지 못한다.

반대로 재미가 있는 분야에서는 그 누구보다 집중해서 일한다.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고자 한다. 투자 없이는 결실도 없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합격에 다가서고자 한다


4.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신기한 현상들.

내가 경험한 언론고시의 특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붙는 사람이 계속 붙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 사람이 여러 언론사에 동시에 붙어 전체 TO를 줄이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이런걸 도가 튼다고 해야 한다. 그들은 취업 도사가 되었다. 승천해서 PD가 된 것이다.

혹시 최종 면접을 합격하는 전설의 비기가 있다면 전수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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