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넷플릭스와 함께
추석인데 TV에 볼 게 없다! 몇년 전부터는 레토릭이 됐다. 그렇다면 예전에 본 것을 몰아보는 수밖엔 없다. 나는 이번에도 나혼자산다 몰아보기를 했다. 고향 집엔 50인치 스마트TV가 있다. 나는 설이나 추석이되면 집에 내려와 스마트TV로 예능을 본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자취방의 27인치 모니터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큰 화면으로 보면 훨씬 더 선명하고 몰입감도 높다.
유튜브도 볼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올까?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와썹맨을 한 주에 하나씩 공개한다고 크게 외치기 전까지 유튜브에는 편성 개념이 희박했다. 1인 크리에이터는 하루에 한 번 혹은 이틀에 한 번 등 그들이 원하는 주기대로 업로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JM은 1일 1영상을 1년 넘게 하면서 허슬러로 유명해졌다. 영상 퀄리티는 떨어져갔지만, 그의 아이덴티티가 채널의 생명이었으므로 사람들은 좋아했다.
유튜브에도 편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어떤 시간에 몇 분짜리 영상을 주기적으로 올리면 조회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썰이 마케팅, 컨설팅 회사를 중심으로 퍼졌던 적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6시가 좋다고 한들 기본 200만 조회수가 찍히는 와썹맨에 대응 편성하진 않을 것이다. 어쨌든 방송사가 유튜브 콘텐츠를 본격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유튜브에도 정기 업로드라는 편성 개념이 생겼다. 이외에도 MCN, 웹드라마 제작 등 기업형 유튜버도 워라밸을 맞추기 위해 자연스럽게 편성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제작업체가 퀄리티를 높이면서 슬슬 제작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마치 방송처럼 되가고 있는 건데 그렇다면 나중엔 "유튜브 볼 게 없네"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또 유튜브 같이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업로드 되는 다른 플랫폼을 찾아갈 수도 있다. 제작업체가 플랫폼의 목줄을 잡는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TV는 볼 게 없다는 소리를 많이 잡쉈다. 얼마나 볼 게 없어서 그런 얘기를 하는 지 내가 본 예능을 토대로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하면서 틈틈히 보는 예능
지난 설에는 집에 내려와서 삼시세끼를 몰아봤다. 집안일을 하면서 재밌어 보이는 구간만 봤다. 자취방에서 볼때도 삼시세끼는 풀 영상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클립으로 보기엔 아쉬울 때, 슥슥 넘겨가면서 원하는 부분만 봤다. 1시간 반 동안 자연 예능프로그램을 집중해서 보는 건 고문이니까. 애초에 삼시세끼는 아무때나 봐도 따라갈 수 있게끔 좌상단 소제목을 통해 구간 편집이 되어있는 듯 했다. 이렇게 TV를 화이트 노이즈처럼 그냥 틀어 놓는 사람도 많다. 그런 류의 사람들을 의식한 듯 요즘도 풀 방송 몰아보기를 틀어 놓는 방송사가 많다
하이라이트 클립을 모아 놓은 탑골 예능
최근엔 변화가 생겼다. MBC가 오분순삭을 TV에 방영하기 시작했다. 클립만 모아서 틀어놓는 것이 조금이라도 시청률을 더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나도 그 부분을 보고 바로 재핑을 멈췄다. 잠시라도 시청자를 잡아놓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세를 따르는 예능
아내의맛 시청률은 7.6%다. TV조선은 송가인 코인을 제대로 탔다. 집에 오니 부모님이 TV조선 아내의맛 특집을 보고 계셔서 같이 봤다. 제목은 송가인인데 송가인의 부모님만 나오고 정작 송가인은 자료화면만 나오는 희한한 방송이었다. 왜 아내의맛에 결혼도 하지 않은 송가인이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송가인의 아버지의 아내의 맛을 봐야하는 건지. 어쨌든 설 명절에 걸맞게 가족이 모이고, 성묘를 가는 구성엔 감동이 있었다.
오히려 함소원-진화 가족의 이야기가 송가인 부모님 얘기보다는 추석 특집에 걸맞은 이야기였다. 한국 노래를 부르는 등 눈뜨고 지켜볼 수 없는 민망한 구성도 있었다. 외국인 연하 남편이 전형적인 한국의 명절을 경험하는 것이 신기했다. 장모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진화의 모습이 서툴지만 좋아 보였다.
대세를 거스른 예능
유퀴즈온더블럭의 시청률은 2.5%다. 자기들은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에 갔다. 시장도 둘러 보고, 육남매를 둔 어머니의 말씀도 들었다. 연신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를 외치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도 뭉클해졌다. 유퀴즈는 지난 8.15특집부터 지금 추석 특집까지 프로그램의 취지를 잘 살리면서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렇지만 역시 시청률이 아쉽다.
어떻 상황에 놓이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딜레마가 있다.
시장의 논리에 따라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
vs
취지를 살리고 재미까지 잡았지만 시청률은 평범하다 못해 낮은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