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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무 Aug 16. 2021

삶으로서의 일

일과 삶의 갈림길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덴마크의 철학자 '모르텐 알베크'가 쓴 책 <삶으로서의 일>을 읽었다. 


책 제목이 참 좋아서 서평의 제목에도 그대로 사용했다. 처음에는 덴마크 작가가 쓴 책인 만큼 유럽인의 관점으로만 삶과 일의 균형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작가는 서양과 동양 구분 없이 현대 자본주의를 거시적으로 분석하며, 인간 내면의 감정과 본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특히 이제는 트렌드가 된 워라밸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그 대안을 논리적이고 희망적으로 제시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덴마크의 철학자가 말하는 삶으로서의 '일'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을 읽으면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를 둘러싼 언어들을 공격하기


먼저 저자는 '만족'과 '행복'과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것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만족은 욕구의 충족이다. 기대하는 것이 있는데 그 기대가 실현되면 만족감이 든다. 그리고 행복은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아름답게 맞아 들어가는 경험이다. 하지만 삶에 온통 만족과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그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은 지속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의미를 강조한다. 의미란 내 삶이 존엄하고 희망이 있다는 느낌이다. 소속감을 느낄 때, 더 고차원적인 목적이 있을 때, 삶에서 나에게 딱 맞은 자리에 이미 와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자리를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할 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의미다.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만족스럽든, 불만족스럽든, 행복하든, 슬프든 간에 언제나 가능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인위적 언어들'을 문제 삼고 공격하고 해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워라밸을 비판하는 이유


대표적으로 저자는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비판한다. 요즘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 부업으로 천만 원 벌기 같은 단어와 표현들이 유행이다. 너나 나나 할 것 업이 모두 이런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맹목적인 소비자가 된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더 이상 경제적 번영이 실존적 행복과 건강으로 치환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부를 창출하는 능력을 높인다고 해서 자동으로 삶에서 의미를 찾는 능력까지 높아지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저자가 워라밸을 비판하는 이유는 삶과 일을 '균형'이라는 관점을 통해 분리시키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시간을 나누면 삶이 나뉜다 → 삶을 나누면 나 자신이 나뉜다  이렇게 쪼개고 나면 삶의 각 부분이 서로 다른 요구를 유발하고 그것이 정당화된다. 


마치 이것들이 내 몸과 내 삶의 전혀 다른 부분들인 것처럼 말이다. 저자의 표현처럼 우리는 하나의 시간 속에서 하나의 삶을 살고, 그 시간은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흘러간다. 우리는 오직 한 사람이다. 당연히 삶 전체를 통해 발전해나가야 할 한 명의 인간이다.


이렇듯 '워라밸'이라는 개념은 우리 존재를 '일'과 '삶'으로 억지로 쪼개는 것이 실존적 시각에서 무의미한 일이라는 사실 때문에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된다. 그리고 삶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역할과 정체성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쏜살같이 지나가는 단 하나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자기 통찰 → 자기 인식 → 자기 가치 → 자기 존중 


우리가 아무리 자본주의 시장에 내놓기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내 지식으로부터 최대의 이윤을 끌어낼 방법을 아무리 부지런히 배워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찾는다.


삶은 하나의 전체로서, 쪼갤 수 없는 것으로 여겨야 하고 또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나의 모든 역할과 책임 분야에서 나의 목적과 내가 실제로 사는 삶이 일치할 수 있을까?


먼저 자기 통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기 통찰이 정직하지 못하면 기초가 불안정해지고 그 위에 쌓아 올린 자기 인식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정직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단기적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현대 사회는 사람들에게 우선 자신감부터 잔뜩 주입한다.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 지식과 인식을 일상의 시도와 시련 속에서 자기 존중과 함께 활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내 행동의 총합이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지식과 내가 매일 하는 일이라는 현실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하려면 자기 존중이 필요하다. 나의 가치는 나의 가장 최근 성공이나 실패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총합으로 결정된다.




삶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느끼는 법


예측 불가능한 삶에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삶의 우연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알고 또 존중하는 사람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나 자신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면 삶이 나에게 무엇을 던지든 내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삶에는 끝이 있고 거기까지 이르는 길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행복이란 예측 불가능성을 잘 헤치고 나왔을 때 느끼는 어떤 것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실존적으로 내놓았으나 나의 건강이나 행복, 잠재력이 보호되거나 개발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즉시 뒤돌아서서 떠나야 한다.


결국 삶이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 의미란 행운과 불운의 교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들을 감당하는 방식 속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부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자문해보아야 하고, 부를 축적하는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태도를 정해야 한다.




의미 지수 MQ의 네 가지 주요 요소


의미 지수 MQ는 네 가지 주요 요소로 정리할 수 있다.


1) 목적

이 조직이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려고 하는지 분명히 아는 것이다.


2) 소속감

직원들이 동료들에게 느끼는 소속감이다. 단, 첫날부터 주어진 맥락에 딱 들어맞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관과 덕목들이 회사가 꿈꾸는 가치나 덕목과 융합되어 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3) 개인적 성장

'직업적 개발'과 '자기 계발' 모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해 직원 개발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으로 옮겨가야 한다.


4) 리더십 

다른 세 가지 동인을 위한 체계를 세우는 것은 관리자의 책임이기에 리더십의 역할은 중요하다.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오해가 있는데 의미란 사업의 종류나 업종의 유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유형의 일이든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네 가지 동인이 개인의 삶에 의미를 더 키워주느냐 가로막느냐, 혹은 개인이 그 사실을 의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의미 있는 리더십은 워라밸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대신에 유연성을 키운다. 일과 삶 사이에 균형이란 없다. 기껏해야 불균형이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그저 삶이다. 일이 더 이상 삶의 반대말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면 직원도, 관리자도 더 유연해지려고 할 것이다.


삶은 일을 흡수해야 하며 일을 내 목적에 종속시켜야 한다. 우리는 일이 나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측정하고 평가해야 한다. 


"일은 나의 MQ를 높이고 있는가, 아니면 낮추고 있는가?"






가치와 덕목의 차이


작가의 말에 따르면 "어떤 속성이나 가치를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는 없다." 


이 표현을 해석하자면 '가치'란 우리가 말과 행동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사항이다. 반면에 '덕목'이란 우리에 대한 남들의 생각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한다. 즉, 내가 어떻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를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내가 실수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있지만, 아직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가치란 고정된 상태이지만, 덕목은 우리가 열망하는 상태다.




P.S 

일단 책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만을 모아서 정리해 보았다.

다음에 추가 서평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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