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쌈무 Nov 15. 2021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을 읽었다. 


"나는 기획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책의 뒤표지에 적혀있는 카피인데, 굉장히 멋지고 센스 있는 문구라고 생각해 서평의 제목에 그대로 사용했다.



'생각'이라는 단어를 '기획'으로 치환할 정도면 작가가 얼마나 기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사실『지적 자본론』은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고, 책의 메시지는 워낙 유명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오직 디자이너, 즉 기획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것이 해답이다.
따라서 모든 기업은 이제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 한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메시지는 책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접했을 때 그 논리와 중요성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디자이너 = 기획자' 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멋지게 다루는 직업적 디자이너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기획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입장에 놓는다고 말한다. 기획 없이 살 수 없을 정도의 태도와 관점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기획을 '일의 일부'로만 받아들이는 사람과는 절박감의 강도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물론, 그가 CCC라는 대기업의 CEO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다가 이토록 기획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드 스테이지(Third Stage)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서드 스테이지(Third Stage)'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드 스테이지는 상품을 선택하는 플랫폼이 남아도는 시대이다. 따라서 그의 관점에 따르면 우리가 세워야 할 기획의 내용은 플랫폼을 개혁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넘쳐 나는 서드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은 매력적인 '제안'을 원한다.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주고, 제안해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자원이다.


따라서 마스다에게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그는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마스다가 디자인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냐하면 상품의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 제안을 가시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의 디자인을 '부가 가치'라고 포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각 상품의 내면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디자인이 상품의 본질인 이상, 거기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즈니스에서 무용지물이라고.


그의 말처럼 앞으로 비즈니스맨에게 제품 디자인에 관한 감각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을 음미하고 곱씹어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왜 『지적 자본론』일까?


이쯤에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왜 이 책의 제목이 『지적 자본론』인지 이해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매력포인트가 된다.


마르크스의『자본론』은 유물 사관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사회는 생산력과 생산관계로 이루어지는 '하부 구조'와, 그 위에 구축된 이데올로기 등의 '상부 구조'로 구성된다. 이때, 하부 구조가 상부 구조에 앞서 존재하기 때문에 상부 구조는 하부 구조에 의해 규정된다.


하지만 상부 구조의 사상은 한 번 형성되면 변하기 어려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부 구조도 마찬가지로, 생산력이 매일 진보해도 생산관계는 고정되기 쉽다.


이러한 자본론의 관점을 마스다 무네아키는 아래처럼 해석한다.

"유물 사관의 구조에 적용해 생각하면 기획 회사는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서 하부 구조로 규정되어 있지만,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여 고정화되기 쉬운 상부 구조에 변혁을 유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발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을 "상부구조의 문화를 변혁시키는 것이 하부구조에 위치한 기획 회사의 역할이고, 시대적 사명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말처럼 소비 사회는 가속도가 붙으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을 갖춰야 효과적인 기획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대부분의 경우, 위기의식을 초래하고 그 위기감은 또 비즈니스를 전진시키는 구동력으로 작용한다.




마스다는 '자유로운 인간상'을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직은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병렬식으로 연결되어 각각의 힘을 모아 기능을 높여 가는 클라우드적 발상에 근거한 조직이다. 


그리고 이를 기획 회사에 적용한다면, 원심력이 향하는 방향은 고객이고 구심력이 향하는 방향은 동료다. 사원들은 각자가 고객에게 향하는 힘과 동료에게 향하는 힘을 동등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기동성을 구현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실현시키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념은 단순할수록 구심력이 강화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준비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외적 조건은 당연히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전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전제 위에 그들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구심력을 갖춘 이념이 존재해야 한다.


사실은 관리받는 쪽이 훨씬 편하기에 자유롭게 존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의 기획이 실현되었을 때의 감동이 더욱 거대하기 때문에 기획하는 사람은 끝까지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 기획을 세우려면 자유로워져야 한다. 관리받는 편안함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항상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고 마스다는 말한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은 비로소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브랜드 파워는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지 않는다."



개인이 아닌 기업의 관점에서도 '재무 자산'에서 '지적 자산'으로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마스다의 표현에 따르면 "브랜드 파워는 대차대조표에 기재되지 않는다."


그는 브랜드 파워나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을 망라할 수 있을 정도의 구매정보가 축적, 갱신된 ) 데이터베이스, 또는 풍부한 견식과 경험을 갖춘 접객 담당자 등 대차대조표에 실리지 않는 지적 자산이 앞으로의 비즈니스에서는 사활을 판가름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마스다는 조직이 적절한 규모를 넘어 지나치게 거대해지면 지적자본을 축적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고객 가치로 전환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의심한다.




부산물이 행복감을 낳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부산물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당연하다.

산물이 없으면 부산물도 없다. 부산물을 행운으로 치환할 수도 있다.

의도한 것 이상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는 행운. 그것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0에는 아무리 무엇을 곱해도 0이다. 1을 만들어 내야 비로소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문단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나 역시 최근에 다양한 1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2권의 전자책 제작과 원데이 클래스 오픈이 그것이다. 


수많은 경쟁자들과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지식 플랫폼 속의 경쟁에서 나 역시 비교우위를 쌓아가기 위해 기획과 디자인에 관한 고민을 수없이 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0에서 1을 만들어보는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과 지구력이 쌓여가고 있다.


마스다의 말처럼 지적자본가로 태어나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멋진 카피로 마무리한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어떠한 일을 하든,

기획자가 되어라.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아갈 각오를 하라.


작가의 이전글 최선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