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보는 유튜버의 책 추천으로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배운 내용이 많아 서평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의 부제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
그렇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야마구치 슈 작가는 논리와 과학적 규칙을 앞세워 일하는 사람보다 감각을 토대로 예술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더 큰 성과를 낸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있어도 감각이 없으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 세계를 창조해내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각은 디자이너와 같이 특정 분야의 사람들에게만 필요하거나, 혹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감각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것이다.
01. 새로운 문제 설정
감각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인데, 해결책이 공급 과잉인 현대사회에서 문제는 해결하면 할수록 양적 문제에서 질적 문제로 옮겨가는 특성을 가진다.
문제를 분석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감각이다. 감각이 필요한 이유는 문제의 원인을 직관적으로 파악해야 더욱 의미 있는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두가 지나치는 모순을 직시할 수 있다는 것이 감각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다.
책에서는 새로운 문제 설정이란 감각과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고 말한다.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보면 이미 해결 과잉 상태로 보일지 몰라도,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보이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 원인이 아닐까?'하고 잡아채는 영감인데, 이게 바로 감각이고 직관이다. 논리는 차곡차곡 쌓아서 답변에 이르는 과정이라면, 직감은 답변을 이미지로 퍼뜩 떠올리는 것이다.
02. 기초교양이 중요한 이유
'기초교양(liberal arts)'이란 자신의 가치 기준을 자신의 언어로 타인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스스로 형성한 가치 기준이 있다는 것, '자각적인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교양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교양 형성의 본질에는 예술과 감각이 있다. 자신만의 내재적인 가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교양의 조건이다.
저자는 기초교양의 중요성과 함께 '인사이드 아웃' 사고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인사이드 아웃의 사고를 지난 사람은 '그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의지를 우선시하고 일관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즐거우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지니, 점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이다. 이야기가 재미있는 사람이란 '제 생각에는'하고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다. 언제나 자신의 생각이 먼저 있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03. 병렬적 사고와 시퀀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분업은 하고 있지만 완전히 분단되지 않은 상태'를 만드는 것이 일의 본령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의 조건은 무얼 하느냐가 아니라, 일을 하는 순서와 업무의 시퀀스라고 할 수 있다. 순열적인 스토리 사고가 독창적인 전략을 창출하고, 그들은 이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흔히들 생각하는 항목별로 쭉 적는 방식이나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과는 결코 다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병렬식이 아니라 직렬식 사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하나하나의 행위 그 자체의 차이보다는 순서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논리란 어떤 것과 다른 것 사이의 인과관계이므로 거기에는 반드시 시간이 존재한다. 논리는 항상 시간을 짊어지고 있다. '스토리로서의 경쟁전략'에서도 그렇다. 공감할 수 있는 개연성 높은 논리로 이어진 스토리가 바로 뛰어난 전략의 조건이다.
진짜 차이는 시간적 시퀀스를 볼 줄 아는 눈에 달려 있다. 시너지를 손에 넣는 것은 자신이 여러 가지 일과 상황을 어떤 시간 배열 속에서 조립해나간 결과로서 가능한 것임을 아는 것이다. (조합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는 시너지는 없다. 전략의 결과로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스토리에는 반드시 시간이 들어 있다.
부를 창출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본래 부를 창출하려면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전체로서의 매커니즘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04. 감각의 알맹이
저자는 감각의 개념을 '구체와 추상의 왕복운동'으로 설명한다. 횡적이고 구체적인 현상 위만 우왕좌왕 오가면 결코 본질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이고 횡적인 사고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추상적으로 집약해놓은 결론 부분에서 본질적인 해결책을 끌어내야 한다.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평소 일할 때 이 왕복운동을 호흡하듯이 한다. 그 변동 폭의 크기와 빈도, 그리고 속도가 중요하다.
감각을 타고난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방대한 분량의 딥러닝이 그것을 지탱해주고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딥러닝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구체적인 상태로 쌓아두면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단지 '박식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과 지식을 추상화해서 패턴으로 축적하고 있으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서도 그것을 적용할 수 있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통찰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상품의 실질적인 사용가치를 추구하려고 하면 데이터와 기술은 매우 유용하고 이해하기 쉽지만 의미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데이터나 기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통찰'이며 이것이 앞으로 경쟁력의 중요한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05. 감각을 키우기 위한 방법
사실 감각은 상당히 사후적이고 후천적이다. 모두가 각자의 시행착오 속에서 시간을 들여 연마해온 것이다. 사후성이 높다는 것은 과정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감각을 키우기 위한 올바른 관점과 태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먼저, 자신이 일하는 자리가 자신에게 잘 맞는 곳이라는 안도감을 느끼지 못하면 감각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기술은 어디서나 통용되지만 감각은 싸울 곳을 잘못 짚으면 더없이 부정적이 되고 만다.
동시에 자신이 있던 자리를 벗어나봐야 그곳이 진정 자신의 자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어떤 자리에서 일을 잘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감각에 대한 감각인 '메타감각'이 필요하다.
감각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 없이 재능 테스트 같은 걸로 자신의 강점을 재확인하면, 한층 더 강고한 독선에 빠지게 된다. 그저 추상적인 데이터에만 의존해 자신의 포지셔닝을 결정한다면 기회 손실이 매우 크다. 자신의 감각이나 능력을 발휘할 자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이자 묘미인데도 말이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을 어떻게 기획할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자신어 어떤 포지셔닝과 콘셉트를 지향해야 이길 수 있는지를 연구해 자신만의 강점을 연마하는 노력. 다른 사람에게는 이것이 노력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력이다.
감각이 좋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인식하고 있다. 자신에게 지금 어떤 지식이 부족한가, 도움이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해서 파악하고 있다. 무엇이 부족한지를 확실히 모르는 상태에서 화제에 오르내리는 키워드를 무작정 공부하는 건 의미 없다.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는 쉬운 노력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그보다는 한 수 높은 단계에 있는 노력, 즉, 나 자신으로서의 전략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스킬'을 몸에 익히려는 노력과 '감각'에 이르기까지의 노력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술을 쌓아서 마이너스에서 제로까지 가면, 그 다음에 플러스 영역으로 이끌어가는 감각의 문제가 등장한다. 이때 커리어의 단계가 달라진다.
평균점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노동시장에서 돈이 지불되는 것은 '뛰어난 강점'에 한해서다. 평균점을 획득하는 것만으로는 승산이 없는 것이다. 나만이 가진 매력과 강점,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다만, 감각이란 한 가지 축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굉장히 성과를 내는 감각이 있다.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감각의 강도나 영향력이 크게 달라진다.
그러려면 일단 유연한 태도로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감각을 발휘하는지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서평의 제목을 <기술보다 감각이 중요한 이유>라고 적었지만, 이 책의 주제는 '기술보다 감각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 둘은 모두 중요하고 그 중요성은 배경과 상황, 그리고 입장에 따라 변화한다.
기술보다 감각이 중요하다는 판단은 현재의 나에게 해당된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감각의 중요성을 놓친 채 기술을 습득하는 데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혹시나 일을 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요소에 대해 늘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