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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무 Mar 12. 2022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

야마구치 슈의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고

이전에 읽은 야마구치 슈 작가의 책,『일을 잘한다는 것』의 내용이 참 좋아서 그의 책을 한 권 더 읽어보았다. 책의 제목은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이다.


사실 이 작가의 가장 유명한 책이라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왠지 모르게 '철학'보다는 '독학'이라는 주제가 현재 내 상황에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몇 년 전까지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로 고민했지만, 요즘은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 왜냐면 시간과 비용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독학의 효율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나열된 텍스트의 배후에 생생한 인간을 배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건이나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면서 인간과 사회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 야마구치 슈


서론에 나오는 이 문장이 책의 전반적인 주제와 핵심을 담고 있다. 텍스트를 단순 암기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지식이 될 수 없고, 본질과 핵심을 파악해 다양한 문제 상황에 응용할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차는 <3. 추상화 및 구조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지적 전투력을 높이는 독학의 기술을 다음의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전략

2. 인풋

3. 추상화 및 구조화

4. 축적


그럼 각 단계별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전략


어떤 테마에 대해 지적 전투력을 높일 것인지를 결정한다.


자신의 전략과 맥락에 맞고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정보의 밀도를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그리고 이 정보의 밀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어떻게 정보를 차단할 것인가'라는 점이 포인트가 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테마'에 맞는 방향성을 찾는 것이다. 왜 테마일까?


테마는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논점이다. 테마들에 대해 나름의 답을 추구해가면서 독학을 해야 하며, '무엇을 인풋할 것인가'는 이들 테마에 대해 어떤 힌트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가 판단의 포인트가 된다.


반면 심리학이나 역사, 문학 등 콘텐츠의 분류 항목을 의미하는 '장르'를 따르게 되면, 이미 누군가가 체계화해놓은 지식의 구조를 따라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통찰이 생겨나기 힘들다.


즉,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한마디로 커리큘럼을 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테마'와 '장르'를 일대일 대응으로 설정해버리면 시사와 통찰을 얻기 위한 조합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전략은 필연적으로 차별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타인과 다른 정보를 인풋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독학 전략의 최대의 포인트이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인풋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인풋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특히 독학의 전략을 세울 때는 우연한 배움이 빚어내는 풍부한 통찰력과 시사점을 얻기 위해, 대략의 방향을 정하는 정도로만 하고 여유나 여백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크로스오버, 즉 독특한 요소의 곱셉을 만드는 것이 독학 전략의 포인트가 된다. (그렇다고 각각의 요소가 일류일 필요는 없다.)




2. 인풋


책과 기타 정보 소스로부터 정보를 효과적으로 획득한다.


인풋에서 중요한 점은 무조건적인 양의 증가보다, 장래에 지적 생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인풋의 순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앞서 말한 것처럼) 테마를 설정하고 그 테마에 따라 인풋을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이 안테나가 되어 받아들이는 인풋이다. 자신의 오감을 통해 얻은 인풋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것이다. 그런 인풋을 바탕으로 지적 생산을 하면 다른 사람과 쉽게 차별화를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필요없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통찰과 시사를 얻을 수 있는 영역에 자신이 지닌 정보처리 능력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아웃풋과 인풋의 양은 장기적으로 일치한다."


그리고 저자는 실제로 아웃풋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인풋에 투자하는 것은 기회비용이 크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인생에서 대량의 인풋이 가능한 시기는 다른 사람에게 아웃풋을 요구받지 않는 시기, 인풋을 하기 위한 기회비용이 적은 시기이다. 그리고 아웃풋을 요구받을 때 그 사람만의 독특한 지적 아웃풋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시기의 인풋으로 축적한 것에 달려 있다.


인풋할 정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마음에 맞는 인풋, 즉 동질성이 높은 의견과 논고만 접한다면 지적 축적이 극단으로 치우쳐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분노와 반감을 일으키는 인풋도 의도적으로 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분노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반사판으로 삼으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강한 반감이나 혐오감을 떠올릴 때는 그것도 메모해두자. 나중에 여러가지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3. 추상화 및 구조화


지식을 추상화하고, 다른 것들과 조합해서 자신의 관점을 갖도록 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추상화는 사소한 요소를 제거하고 핵심을 뽑아내는 것, '요약하자면 OO다'라고 정리하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 구조, 즉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뽑아내는 것이다. 추상화가 중요한 이유는 개별성을 낮추어서 여러 가지 상황에서 적용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각자 다른 경험에는 각자 다른 문맥이 있다. 그러나 고유한 문맥 속에서 전제된 지식을 그 문맥에만 적용하면 의미가 없다. 그렇게 때문에 배운 지식을 추상화하여, 그 지식을 문맥에서 떼어내더라도 반드시 성립하는 '공리계'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공리계 - 개인의 일상에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며 하나의 경험 뭉치가 만들어지면, 인간은 이 경험 뭉치에서 직감적인 가설을 구축한다. 이러한 가설들을 공리계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의 사고 프로세스에서 설명되는 개념으로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 가능)


이쯤에서 책에서 강조하는 '지적 전투력의 향상'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지적 전투력이 향상되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어떤 국면에서 같은 양의 정보를 얻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훌륭한 의사결정이 훌륭한 행동과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 질문을 머릿속에 새겨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1) 얻은 지식은 무엇인가?

2) 그 지식의 무엇이 흥미로운가?

3) 그 지식을 다른 분야에 적용한다면, 어떤 시사와 통찰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개별적인 정보를 접함과 동시에 그것을 추상화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 그러니 꾸준히 반복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4. 축적


획득한 지식과 통찰력을 세트로 저장하고,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도록 정리한다.


저자는 축적의 개념을 수족관에 비유한다. 수족관을 만들어 거기에 정보라는 물고기를 풀어두는 그림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관련된 키워드나 콘셉트를 수족관에 연결해두고, 필요에 따라서 그 수족관에서 검색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용량이 정해진 냉장고에 저장할 필요도, 다시 낚을 수 없는 바다에 풀어줄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지적 축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지적 축적을 통찰의 속도와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설명한다. 통찰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의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이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두 개의 물음에 대해 답을 내는 힘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나만의 수족관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만들고 관리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렇듯 저자는 4단계 과정을 통해 독학의 기술과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고 있다.


마지막 챕터에서 그는 교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전달해주고, 각각의 분야를 배움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해준다.


1) 역사 - 인류의 나선형 발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익히기


2) 경제학 -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시장의 원리를 깨우치기


3) 철학 - 지금의 룰에 의문을 품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단련하기


4) 경영학 - 사고 과정을 간접 체험하며 비즈니스 공통 언어를 배우기


5) 심리학 - 인간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불합리성'을 깨우치기


6) 음악 - 전체 구상의 잘잘못을 직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7) 뇌과학 - 인간이 자주 일으키는 오류를 정확히 이해하고 예측하기


8) 문학 - '성의 있는 거짓말'인간성을 깊이 이해하기


9)  - 레토릭의 서랍을 늘리고 '말의 힘'을 익히기


10) 종교 - 특정 조직이나 개인의 사고와 행동 양식을 이해하기


11) 자연 과학 - 새로운 발견과 가설이 비즈니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교양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교양을 쌓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구체적인 목표 의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챕터에서 교양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평을 통해 나름대로 중요한 핵심만을 요약해서 남기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전체 맥락에서 책의 정보를 접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지식을 가지고 싶은 모든 독학러들에게 이 책, 『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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