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일을 잘한다는 것>의 저자, 야마구치 슈는 그의 책에서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콘텐츠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논리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감각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책 <세계의 리더들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을 잘한다는 것>과 차이점이 있다면, 한 조직의 리더를 대상으로 초점을 맞추었단 것이고, 순간적인 판단력인 직감의 중요성을 말한다는 것이다.
1. 개인 → 리더
2. 감각 → 직감
맥락은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초반부에서 주제와 메시지를 생각보다 빠르게 압축해서 설명한다.
"만약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측정할 수 없는 것, 이론적으로 흑백을 가릴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그 기준은 바로 '리더의 미의식'이라는 것이 이 책의 대답이다.
이 책에서의 미의식이란 경영에서의 진·선·미를 판단하기 위한 인식 모드다. 만약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면, 어느 단계에서 논리와 이성에 의한 검토를 차단해야 한다. 그리고 직감과 감성, 즉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의 진·선·미 감각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예술가의 관점에서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작품이라고 생각해야 하며, 경영자 역시 예술가의 관점에서 '회사'를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도 자신의 저서에서, 모든 것을 '이성'에만 의존하는 태도는 위험하며, 올바른 인식과 판단을 하려면 '쾌·불쾌'라는 감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논리, 분석, 이성에 발판을 둔 경영, 이른바 과학 중시의 의사결정으로는 요즘처럼 복잡하고 불안정한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리드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리더에게 직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3가지 배경 상황을 바탕으로 직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상이 되는 문제가 클수록 문제를 구성하는 인자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더 이상 논리적 추론에만 의지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태도로는 난국을 빠져나가기 어렵다. 논리적인 추론에 대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한편으로 개인의 직감에 바탕을 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조직의 운영이 '분석 마비' 상황에 빠지고 만다.
세상은 지금 거대한 '자기실현 욕구의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싸우려면, 정밀한 마케팅 스킬을 갖춘 논리적, 기능적 우위성이나 가격 경쟁력을 형성하는 능력보다는 '인간의 자기실현 욕구를 자극하는 감성과 미의식'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품질 높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명문화된 규칙이나 법률만을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내재적으로 진, 선, 미를 판단하는 미의식을 갖추어 판단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현재 많은 기업들이 같은 전쟁터에 모여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다른 사람과 전략이 같을' 경우, 그런 세상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두 가지밖에 없다. '속도'와 '비용'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다른 사람과 같은 답(정답의 상품화)'을 '보다 빨리, 보다 싸게' 시장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저자가 비판하는 것은 '정답의 상품화' 현상이다. 단어의 의미 그대로 모든 상품이 같은 정답으로 도출되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올바르게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은 '타인과 같은 정답을 도출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차별화의 소실'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예술·과학·기술을 어떤 식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균형을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경영자가 예술을 담당하고, 좌우의 두 날개가 과학과 기술로 보조해 힘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이쯤에서 저자가 유독 리더에게 직감을 강조하는 이유를 도출해볼 수 있다. 바로 '어카운터빌리티 (accountability)'의 개념 때문이다. 어카운터빌리티는 쉽게 말해 '설명 책임'을 의미하는데, 어떠한 선택지의 결정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직감'보다 '논리'가 설득력을 높게 가져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 권한이 적은 일반 직원들은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국 리더가 직감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무엇이 이성적인가?'를 외부에서 찾는 지적 태도가 아니라, '이것이 이성적이다'라는 것을 제안하는 창조적 태도에 바탕을 둔 경영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엘리트로서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본인만의 진선미에 관한 기준(미의식)을 높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지향점은 '경영에서의 예술과 과학의 균형'이다. 그래서 저자는 많은 해외의 연구사례를 통해 '예술을 감상하면 관찰력이 향상된다'는 주장을 증명한다. 즉, 예술적인 소양으로서의 미의식을 단련하는 사람은 과학적인 영역에서도 높은 지적 성과를 올린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라가 철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1. 콘텐츠에서의 배움
: 철학자가 주장한 '내용 그 자체'를 의미한다.
2. 프로세스에서의 배움
: 그 콘텐츠를 낳게 된 '깨달음과 사고의 과정'
3. 모드에서의 배움
: 철학자가 자신의 세상과 사회에 맞서는 방법과 자세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제 논고 내용(콘텐츠)이 오류로 판명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배울 점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나 논리로 평가받는 과거의 연구라고 하더라도 '프로세스'와 '모드'의 관점에서 얼마든지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콘텐츠의 내용 자체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항상 프로세스와 모드의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은 저자의 메시지를 '논리나 이성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논리나 이성으로 생각해도 흑백을 분명히 가릴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직감에 의지하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평가의 기준으로 내세우는 '생산성' '효율성' 같은 외부의 기준에 집착하고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미의식'이라는 내부의 기준에 비춰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