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는 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마케터'라는 직업의 의미를 탐색하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고민하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요즘은 정해진 루틴에 익숙해지고, 조직 내에서 주어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무던한 일상을 살고 있다. 평화롭기도 하지만, 때때로 무료함과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직업이 주는 보람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새로운 사람, 그리고 평소 개인으로서는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사나 전문가를 직접 만나는 일이다. 담당하는 인터뷰 기사와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인플루언서를 섭외할 때마다, 나는 이 과정이 단순한 업무 그 이상이라는 걸 깨닫곤 한다.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사일기를 쓰는 것처럼, 어쩌면 나는 지금 내 일에 대한 감사일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마케터라는 직업이 아니었다면, 나는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업계 전문가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있었을까? 개인적인 관심만으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이들과 ‘콘텐츠 기획’이라는 명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마케터만의 특권이다.
물론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지점을 발견하며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의미가 있다. 그들의 사고방식, 일하는 태도,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업계에서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인물이 인지도를 얻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 점을 마케터로서 배우고 분석하는 과정이 곧 나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마케팅이란 결국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 이기도 하다. 때로는 감탄할 만큼 멋진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한 번의 만남으로 충분한 인연을 맺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나는 그 관계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예전에 읽은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에서도 말하듯이, 사람도 하나의 브랜드다. 그리고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를 분석하고 레퍼런스로 삼아야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역시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브랜드이며,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라는 브랜드를 더욱 단단하게 다듬어갈 수 있다.
마케팅은 타인에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크다.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직접 알리는 행위'가 마케팅이라면, 브랜딩은 '타인이 자신을 알아보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은 나에게서 일어나는 것이지만 브랜딩은 상대의 인식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마케팅을 통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린다 한들, 상대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브랜딩은 실패다.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그냥'은 없다. 개인 브랜드가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왜?"에 대한 집착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잊지 말자.
-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中 에서
앞으로도 마케터로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과정이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단순한 업무를 넘어, 한 사람의 브랜드로서 나 역시 더 나아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