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정한 반복으로 살아가기

by 쌈무

평소 자주 사용하는 뉴스레터 서비스인 스티비에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선물 받았다. 제목은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제목을 보고 관심이 생겨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책인데 정말 신기한 우연의 일치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의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금씩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을 거야." 연말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하는 싱숭생숭한 마음에 위안을 주는 표현이었다.

KakaoTalk_20250101_120340839.jpg


자신은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라고 표현하는 봉현 작가의 일상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나의 일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건 '단정한 반복'이라는 키워드. 반복이라는 단어만 홀로 놓고 보면 지루함이 느껴지지만, 그 앞에 '단정한'이라는 표현이 붙었고 그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린다고 표현한다.



알겠는데 모르겠고, 모르겠는데 알겠는 30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를 거치며 가장 자주 느끼는 감정 중 하나는 공허함이다. 사실 내가 공허한지도 모를 때가 많다. 어떤 글에서 읽은 바로는 나 자신과 친하지 않아서 공허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를 정말 깊숙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마음을 파고들어 보지 않아서.


KakaoTalk_20250101_120340839_15.jpg


자취방에서 외롭게 혼자 있으면 그 공허함을 견딜 수가 없어서, 주말에는 무조건적인 강박으로 카페에 가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 뉴스와 인스타 피드, 웹툰을 보며 시간을 죽이기도 하고 나름 자기계발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가지를 공부하기도 한다. 분명 머릿속에 뭔가를 집어넣기는 한 것 같은데 공허하다. 고요 속에서 내가 진짜 뭘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들여다보지 않거나 회피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을 애써 마련해야 한다. 남이 뭐라든 나를 내가 보살펴줄 수 있어야 한다. 고요 속에서 계속 자신에게 질문하고 파고 들어서 왜 공허한지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공허를 채워줄 자신만의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음식이나 일, 관계처럼 외부에 있는 것 말고. 글쓰기, 사색, 운동, 명상... 안에서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루틴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회복탄력성의 중요성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자” 같은 막연한 다짐이 아닌,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살겠다”라는 소소한 결심. 이렇게 일상 속 사소한 원칙들을 설정해 느슨하게 지켜나가다 보면 어느새 성취의 경험이 소리 없이 쌓인다. 작지만 꾸준한 반복을 통한 성취는 실수나 실패에 자주 넘어져도 쉽게 일어설 수 있는 내 삶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며, 결국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거창한 자기계발서를 자주 접했던 탓일까, 오랜만에 읽은 소박한 루틴 에세이라 더욱 재밌게 읽었다.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먹고 성장하는 그런 이야기. 나는 요즘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갓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불행과 행복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살다 보면, 쉽게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내 삶만의 회복탄력성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무력하고 권태로운 기분에 지지 않고 내가 나를 지켜내는 방법 말이다. "하루만 더, 하나만 더 하자" 작가의 말처럼 내가 나를 지켜내는 방법은 단순하다.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



경험주의자로 살기


그리고 가장 마음이 갔던 목차 중 하나. <완벽주의자 말고 경험주의자가 될 거야.>


“과거의 내가 견디고 지켜온 시간들은 허무하게 무너질 만큼 어설픈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잘 여문 속살이 하얗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천천히 바닥을 기어 벽을 짚고 일어난다. (중략) 어제 또 굴러 떨어졌지만 오늘 한 발짝 올라갈 거다. 그 경험만으로 충분하다.”

-「완벽주의자 말고 경험주의자가 될 거야」 중에서)


아무 탈 없는 평소가 행복이지만, 가끔은 지나친 안정성이 고통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럼 변동성을 줘야 한다. 변동성을 주려면 사건을 계획해서 넣으면 된다. 내 인생의 사건은 일어나는 게 아니고 사건도 미리 잡아놓는 거다. 경험주의자로 살아가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낭만을 위해서는 낭비가 있어야 한다. 시간이든 감정이든.


나의 시간을 나의 의지로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불안 대신 상상력으로 채워보며, 낯선 것들과 계속 만나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바쁜 삶 속에서 내 주변을 돌아보고 더 다정하고 용감하게 살아가기.


어른이 된다는 건,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서 불안정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신념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자아를 통해서 일관된 행동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이든 삶이든 올바른 태도에서 시작되어야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커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태도는 뿌리와 같고,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땅 위의 풍파에도 흔들림이 없다.


내가 잘 지내고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들 때쯤 이 책을 읽으니 나름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위안과 확신이 조금은 든다. “내가 원하는 행복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2025년은 이 문장을 자주 되새기며 살아야겠다. 매일의 반복이 가져다주는 단순한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며.


KakaoTalk_20250101_120340839_03.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좋아한다'는 것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