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한달 서평 29화

왜 책을 읽는데 삶은 그대로일까?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

by 쌈무

책의 제목은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이고 부제는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이다.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은데 왜 내 인생은 크게 바뀌는 게 없지?"라는 질문이 생겼을 때 이 책을 만났으니 제목을 보고 구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혜윤 작가는 독서와 관련된 여덟 가지 질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그녀만의 독서론과 인생론을 들려준다. 그 관점이 참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도 공감이 많이 갔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독서의 기술이 곧 삶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그 기술이 아직까지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1.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자율성의 시간, 기쁨에 몰두하는 시간


'나를 키우는 시간'은 시간의 척추입니다. 시간에도, 영혼에도 중심을 잡아줄 척추가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이 없다면 우린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질 것입니다.


우리에겐 의지가 필요합니다. 의지는 명령 때문이 아니라 영혼의 무게, 즉 사랑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뭔가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리고 그것을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확실히 현실을, 그리고 시간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합니다. 배워서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삶 속에서 내뿜는 에너지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 에너지들이 시간을 채웁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데 쓴 시간들이 다시 자기 자신을 만듭니다.


결국 나를 키우는 시간에는 내가 '한 성공한 인간으로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사는 데 성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걸려 잇는 것입니다.


"너는 하루 중에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시간을 얼마나 보내고 있느냐?"란 질문을 다시 던져보아야 합니다.



2.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문자보다 삶을 바라보는 능력


누구나 초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적 가치도 없고 쓸모도 없지만 자신에게만 있는 고유한 능력 말입니다.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합니다.


"바로 내가 그것을 원해서 했어"라는 말이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에겐 복종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능력은 천부적 자질이나 고난도의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서 나옵니다. 능력은 원형이라고 할 만한 어떤 하나에서 시작되어 계속 덧붙여집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책에 대한 관심과 책을 받아들이는 태도뿐입니다. 책을 읽는 능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 있긴 합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자신을 채웠던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 같은 겁니다.


진정한 독해력이란 문자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읽건 거기에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게으름은 '자기 자신을 얕보는 정신적 행위'입니다. 자신을 무시하면 전 생애에 걸친 변명이 태어납니다.


어떤 분야에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알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가 하는 점입니다. 넘쳐 나는 재능 때문에 계속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기 때문에 계속합니다.


우리는 사는 동안 영원히 지속될 기쁨을 만들어 내는 데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3.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운명보다 거대한 선택의 힘


우리는 각자 자신의 조건과 한계에 갇혀 있고, 세계는 언제나 우리의 조건과 한계를 넘어섭니다. 이 근본적인 비대칭성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균형을 잡고 살 수 있습니다. 선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건 우연이고 무엇이 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윤리나 신념은 그 우연성의 허무와 냉소를 극복하게 해 줍니다.


강함은 육체적 힘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이나 불안을 피하거나 맞서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선택에 있어 제일 중요한 문제는 '자신을 존중하는 선택을 할 것인가, 자신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4.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슬픔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방식


사람이 고유한 것은 독특한 자기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할 수 없는 문제. 책은 말만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을 애써 표현하려는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것, 말하기 어려운 것이야말로 말을 하게 하는 열정의 토대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삶에서 책이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일 겁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은 형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결국은 자신이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기억은 과거의 복제가 아니라 선택이자 맥락의 부여이고, 그래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순간 벌써 창조는 일어납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위로 중 하나는 타인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입니다. 진정한 위로는 진정한 희망이 그러하듯, 상황을 좋게 보는 데서 생기는 게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5. 책이 쓸모가 있나요?

자기 계발의 진정한 의미


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의 논리가 공허한 것은 우리에겐 세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리 위주, 쓸모 위주, 개인적인 해결 위주의 세계관은 우릴 두고두고 괴롭힐 것입니다. 불안이 우리 안간성을 바꿔 놓는 것처럼 이런 세계관도 우리 인간성을 바꿔 놓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것에서 지혜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를 보는 대로 자기 자신을 봅니다. 이것이 '관점'입니다. 책을 보는 바로 그 눈은 자신을 볼 때의 눈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자기 계발을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깨닫는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자기 계발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잠재력은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입니다. 다른 존재가 되려면 질문이 필요합니다. 다른 존재가 되려면 믿음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다른 존재가 되려면 자신의 경험을 좀 더 큰 맥락 안에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책이 불안과 고통을 말하는 이유는 바로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통과 불안을 직시한 책들만이 우리를 구해 줄 수 있습니다.



6.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공통성의 경험, 능력자 되기, 앎의 시작


남과 달라질 것을 강조하는 시대, 너만의 것을 보여라라고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공통성의 경험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공감은 상대방이 달라도 그냥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방이 달라 보여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책은 우리에게 뭔가 한 가지를 잘하는 능력을 주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새롭게 볼 능력을 줍니다.


좋아하는 것을 자기 능력이 되게 하는 방법으로는 죽자 살자 매달리는 방법도 있지만, 자기 곁에 있는 세상 만물을 생생하게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생생하게 본다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자신의 기억, 경험, 세상을 연결시켜 본단 뜻입니다.


인간은 누구도 모든 능력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본성에 맞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 뿐입니다.


책은 진부한 것들을 담고 있어도 그것들을 새로운 디테일과 새로운 태도로 보여 줍니다.


무능력은 재능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어떤 일을 지속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우리 삶에서 우연이 계속 진행되게 하기 위해서는 놀라운 의지와 힘, 노력이 필요합니다.



7.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 있나요?

잘 잊어버리기, 손으로 기억하기, 몸으로 기록하기


책에서 최고의 것을 받으려면 관찰력과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주의 깊게 관찰하는 사람, 잘 들으려 하는 사람에게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작가는 독자와 고매성의 협약을 맺고 싶어 합니다. 고매성의 협약은 상대방에게 최고의 신뢰를 보내고 최고의 기대를 하는 겁니다.


책을 읽고 나서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잘 잊어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내용을 쳐내서라도 조금이라도 실체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서평은 아마추어의 예술입니다. 자기 생각을 써보는 것이기에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됩니다.


책과 글은 고독과 단절을 필요로 합니다. 고독 속에서 읽고 쓰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도우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몸으로 책을 기록하는 방법은 '행동하기'입니다.


책 속에 담긴 지혜는 무언가를 이루는 수단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 다시 만나면 너무나 반가운 오랜 친구이기도 합니다.



8.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우리를 계속 꿈꾸게 하는 리스트


제 리스트 작성법은 1. 관심 있는 주제별로 책 읽기 2. 책 속 책을 따라 여행하기 3. 현실에서 궁금한 것을 책에서 찾아보기입니다.


책은 점쟁이들의 자상함과 친절함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책이 길을 가리켜도 그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자신입니다.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뚜벅뚜벅 걸어가 봐야 알 수가 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내가 숨을 쉬면서 세상을 관찰할 만한 곳이 있느냐, 깊게 더 깊게 숨 쉴 만한 곳이 이 도시에 있느냐, 바로 그것입니다. 그곳은 장소일 수도, 한 권의 책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리스트는 계속 꿈을 꾸게 하고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런 리스트 덕분에 우린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계속 수정되지 않는 진정성은 언제든 남을 공격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린 우리의 확신도 계속 의심하면서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소신이란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혜윤 작가는 마지막으로 질문에 대한 모든 대답은 우리의 삶 안에 있다고 말한다.


네가 밥을 먹고 무엇을 하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 - 그리스인 조르바
"아, 내가 밥을 먹고 하는 일이 없으니까 괴로웠구나!" - 정혜윤 작가


작가에게 진리는 아무리 끔찍해도 반가운 것이다. 단순함 앞에서는 영리해야 할 필요도 없고, 변명의 여지도 없기 때문에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주 던지는 질문 속에서 오로지 그 질문 안에서만,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하고 고유한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질문에서 시작되어 질문으로 끝나지만, 분명히 뒤의 질문은 앞의 질문과 다를 것이라 말한다.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 말고 '살아야 하는 삶', 즉 인간이라면 꿈꾸는 존재라면 '그렇게' 한 번 살아 봐야 하는 삶에 대해 자꾸만 말하게 되는 존재이다. 그 말로 우리를 채우게 할 수 있다.

keyword
이전 28화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