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인문학 강사로 활동한 지도 햇수로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기 PR을 할 때마다 N잡을 빼먹을 수 없는데, 인문학 강사는 그 잡 중 하나로 늘 제시하는 직업이다. 이제는 웬만하면 2~3시간짜리 강의는 수월하게 끌고 간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다. 내가 자신있는 분야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그걸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실행에 옮기는 수강생들을 보면 때때로 성취감도 느껴진다. 물론 여전히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 배워야 할 부분도 많다. 강사료를 받으면 적어도 돈 값은 해야 하지 않겠나.
※나의 첫 강의 후기 : https://blog.naver.com/usckl/222152986959
강의 경력이 1~2년 차였던 초짜 강사였을 때의 일이다. 꾸준히 출강을 한 건 아니지만, 강의를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첫 강의 때 하루종일 카페에 처박혀 PPT와 교안을 만들던 때는 여전히 잊을 수 없다.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새로운 교안이나 커리큘럼을 꾸준히 개발하거나 다른 강의를 여럿 수강하며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때 들었던 강의 중 하나는 강사님의 나이가 좀 지긋하셨는데, 시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회차 당 두 시간 정도로 꽤 회차가 긴 강의였다. 처음 10분 정도는 강사님의 이론 설명, 나머지 한 시간 50분은 수강생들이 알아서 글을 쓰는 자습 시간으로 구성됐다. 그 시간 동안 강사님은 유유히 독서를 즐기기도 하고, 한번씩 수강생 주의를 맴돌면서 잘 쓰고 있나 확인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그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커리큘럼이 부실했다. 두 시간 강의 중 10분 이론 듣고 나머지를 자습할 거라면 굳이 먼길 와서 강의를 들으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장소를 옮겨야 글이 잘 써지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 생각도 존중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자리가 강의의 형태라면, 수강생들에게도 그 시간이 가득 채워지는 게 느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견해다.
두 번째는 납득하기 어려운 피드백이다.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걸 잘 하는 것과 잘 알려주는 것은 명백히 다른 영역이다. 특히 글쓰기 강의의 경우는 쓰는 사람 별로 워낙 스타일이나 개성,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피드백 또한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사님이 내게 전하는 피드백은 다른 수강생들보다 날이 서 있었다(물론 내 기분 탓일 수도 있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나 또한 강사라고 소개해서 그런지, '이렇게 쓰면 안 되는데.' '이건 틀렸어요.'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건 좀 아는 사람이라서 더 엄격하게 가르치려는 느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너무 추상적이었다. 왜 이렇게 쓰면 안 되는지, 왜 틀렸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은 납득이 어려울 정도로 빈약했다.
강의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스펙트럼 또한 넓어야 한다. 나로 예를 들자면, 인문학이라는 큰 범주 아래 여러 카테고리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건 글쓰기겠지만, 콘텐츠 기획·퍼실리테이션·커뮤니티 운영 등이 존재한다. 또 카테고리 별로 타겟층에 따라 커리큘럼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글쓰기의 경우 어르신이라면 마음 치유 글쓰기, 학생이라면 국어학적인 접근의 글쓰기가 선호가 높은 편이다.
이같은 다양성 때문에, 적어도 강사라면 자기 철학 또한 확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철학이 수강생들에게도 느껴져야 그 강의는 양질의 강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단순히 사람 모아놓고 쏼라쏼라하는 게 강의라기엔, 이것의 세계관 또한 제법 방대하다. 누구를 대상으로 하며, 어떤 내용을 다루며,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강의를 구성할 것인가? 예상컨대, 몇십 년 경력을 가진 강사라 할지언정 이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양질의 강의를 위해 늘 정진하자. 돈값하는 강의를 하는 강사가 되자. 항상 다짐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