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건강한 가젤들은 사자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이 체력 낭비는 사자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이렇게 체력을 낭비해도 너에게 잡히지 않아.” 사자는 이를 본다. 그리고 조용히 지나친다. “너를 잡지 않아도 내 삶은 위협받지 않아.” 이 순간, 가젤과 사자는 각자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가젤이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약한 가젤은 사자 앞에서 뛰어다니기에는 불안감이 크다. 똑같이 늙고 굶주린 사자는 여유를 부리는 가젤을 무시하기에는 조급하다. 여유 없는 가젤과 사자는 결국 생존이 쉽지 않다. 여유 있는 사자는 여유 없는 가젤을 잡아먹고, 여유 없는 사자는 여유 있는 가젤을 잡아먹지 못한다.
여유는 단순히 느릿하고 나른한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여유란 조급함보다 느리게, 그러나 느긋함보다는 서둘러 가는 중용의 태도다. 조급한 일상 속에서도 변수를 위한 에너지를 남겨 놓는 것이 여유고, 나태한 하루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게 여유가 없던 날들을 돌아본다. 작은 문제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계획이 틀어질까 두려워했던 시간들. 지나고 보니, 그 조급함은 나 자신을 갉아먹는 질병에 불과했다. 반대로 여유를 가졌던 순간을 떠올리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시간은 조금 더 부드럽게 흘렀고, 세상의 색깔은 더 선명했다. 불안은 쉽게 침투하지 못했고, 변수는 두려운 적이 아니라 다채로움을 선물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불안을 안고 산다. “더 잘해야 한다.” “뒤쳐질지도 몰라.” 그런 속삭임들이 우리를 쉬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불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는 필요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나를 지배하지는 못해.” 여유가 있는 삶은 불안과 공존하는 법을 안다.
여유가 있을 때면 그제야 세상이 보인다. 이따금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자. 지금 당신은 사자 앞에서 폴짝 뛰어다닐 수 있는 상태인가? 아니면 조급함에 사로잡혀 발을 떼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는가? 불안하다면 조금 더 천천히, 나태하다면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