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란 신기하다. 겉으로는 강철처럼 단단해 보인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을 것 같고, 강하게 당겨도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무쇠 자물쇠처럼.
하지만 그 마음을 묶고 있는 건 강철 자물쇠가 아니라, 가볍고 얇은 천조각에 불과하다. 천의 결을 따라 작은 힘에도 풀려버리는 매듭. 그것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나는 평생을 강인한 사람이 되려 애썼다.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그 말로 나 자신을 묶고, 타인에게는 나를 강하게 보이려 했다. 그런데 그 매듭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를 옥죄던 그 매듭이, 결국 나를 가장 먼저 찢어 놓았다.
그 겨울의 바람은 모든 걸 베어내듯 날카로웠다. 그날도 그렇게 추운 날이었다. 손끝은 얼어붙었고, 뺨 위로 지나가는 바람은 잔인할 만큼 차가웠다. 나는 커피잔을 손에 꼭 쥐었다. 커피의 온기가 손끝에 닿았지만, 그것은 유리창 너머에서 느껴지는 온기처럼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친구는 갑작스레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넌 왜 항상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해?"
그 한 마디는 내 안의 방어막을 정통으로 찔렀다. 단단히 묶었던 매듭이 그 순간, 아무런 힘도 가하지 않았는데, 매듭이 스르르 풀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당황해서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마음을 애써 다시 묶으려 했지만 이미 소용없었다. 입술 끝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
매듭이 풀리는 순간, 내 안에 있던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눌러 담았던 외로움, 불안. 내가 혼자라고 느낀 순간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청소하지 않은 다락방의 문을 열어버린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묶어 두었던 매듭은 나를 보호하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상처를 더 키웠다는 것을. 단단히 묶으려 할수록 매듭은 엉켜갔고, 그 안의 천은 점점 닳아 헤졌다.
매듭이 풀린 자리에는 찬 바람이 스며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바람은 시리지 않았다. 차가운 줄로만 알았던 겨울 바람이 내게 기억의 냄새를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어린 날의 겨울이었다. 친구들과 손을 잡고 뛰놀던 운동장, 아무 걱정 없던 그때의 자유로움. 내가 잊고 지냈던, 매듭의 밖에 있던 나를 기억나게 했다.
매듭은 단단하게 묶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알겠다. 천조각은 바람에 흔들려야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매듭은 날아가지 않게 느슨하게 묶는 정도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나는 더 이상 스스로를 꽁꽁 묶지 않기로 했다. 매듭은 풀리면 바람에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내가 살아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 겨울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내게는 조금 더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