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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쓰기로 깨부수는 생각들

by 프라임 핏

매일 하나의 에세이를 쓴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사유를 정리하고 스스로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 가지 프로세스가 핵심이었다. 초고와 퇴고이다.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우월한 점은 스스로 고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전은 부정에서 나온다. 내가 긍정해 오던 믿음이 도전받을 때, 우리는 믿음을 깨고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말하기에 비해 글쓰기는 혼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 글은 나아지고, 나는 성장한다. 오늘도 발전하기 위해 한 줄의 글을 남긴다.


원래 글은 나만을 위해 쓰였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이에게 내 글을 드러내고자 한다. 지독하게 목적성만을 추구했던 나는 목적에 맞지 않으면 가치 없다고 여겨왔다. 성장을 위한 글쓰기였기에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배제한 것이다. 최근 생각을 바꾸게 된 사건이 있었다. 철학 전공자들과 글을 나누는 모임을 갖게 되었다. 그중 글을 가장 잘 쓴다고 느꼈던 분이 내게 말했다. "도수님의 글에는 한 번도 떠올려 보지 못한 가정이 담겨 있었어요. 읽다보니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과찬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 글이 타인에게 새로운 관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가 글을 쓰는 본래 목적과는 맞지 않았지만,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부족한 글이지만 남들 앞에 보여주려고 한다. 투박하고 기교 없는 글이지만, 대장장이가 단조하듯 지독하게 두드린 사유 덩어리다. 확신하건데 글은 아쉬워도 사유는 아쉽지 않을 것이다. 매일 무너지고 도전받은 가치관은 보편적이지는 않아도 독창적이다. 내 글이 도끼가 되었으면 한다. 카프카의 말처럼, 얼어붙은 생각을 깨부수는 도끼이다. 그러나 섬세함의 부족으로 도끼처럼 예리한 무언가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오함마를 만들 생각이다. 거대한 고철 덩어리로 독자의 가치관에 작은 균열을 내는 것이 목표이다. 내가 내 생각을 매일 두드리듯이.


여기에는 장르를 가리지 않은 사유들이 매일 기록될 예정이다. 사랑을 다룰 때도 있을 것이고, 철학적 담론을 다룰 때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일기를 작성하는 날도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 글을 구독해서 읽는다면 매일 조금의 영감은 받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깊이도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여기에 적히는 글들은 부서지고 깨지며 살아남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브런치북이 나뿐 아니라 읽는 이의 사유에도 영감을 주기를 기대한다. 그들은 결국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실은 이게 본심에 가장 가깝다고 느낀다. 좋은 영향을 받기를 희망한다. 내 사유를 전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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