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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세계에서 정체성을 말하다

by 프라임 핏

세상은 불확실하다. 나는 이 전제를 믿는다. 불확실성은 필연성을 배제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무언가가 반드시 일어나거나 반드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필연성을 느끼곤 했다. 이 역설적인 감각을 깊게 파고들자 내게 하나의 통찰이 다가왔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건, 어떤 사건의 결과만 불확실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확률 자체가 가변적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고정된 확률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확률. 나는 이것이 우리가 가진 자유의 근본적인 본질이라 생각했다. 선택이란, 이미 존재하는 확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확률 자체를 변화시키는 행위다. 즉, 우리는 각자의 선택을 통해 세상의 가능성을 창조하고 재구성한다.

나의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정체성은 사건들 자체가 아니라 내가 부여하는 서사로 만들어진다. 나를 이루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부여하는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변화한다. 정체성은 이렇게 불확실성 속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나간다.

정체성의 서사는 결국 나 자신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건은 내 통제 밖에 있더라도, 사건의 의미는 내 선택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가능성의 세계에서 나의 정체성은 무수히 얽힌 사건들을 스스로의 이야기로 엮어나가는 창조적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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